장외가 200만원 넘긴 크래프톤, 액면분할로 IPO 시동

      2021.03.16 16:09   수정 : 2021.03.17 15: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기업공개(IPO)의 또 다른 대어 중 하나인 크래프톤이 액면분할을 통해 장외 주식의 가격을 낮추고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간다. 최근 쿠팡이 해외상장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며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 상장으로 노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16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오는 3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글로벌 R&D 센터 대강당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 신규선임, 정관 개정과 주식분할, 주총 운영 규정 제정,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이사 및 감사 보수 한도액 승인 등의 안건을 다룬다.

크래프톤은 정관 변경을 통해 현재 액면가 500원인 주식을 5분의 1로 액면분할 해 100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정관 변경의 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발행주식 총 수의 3분의 1과 출석주식 수 3분의 2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동안 크래프톤은 장외 시장에서 시세가 급등하면서 액면분할이나 무상증자를 통해 비싼 몸값을 낮추고 주식 유통을 용이하게 하려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액면 분할이 이뤄지면 1주당 200만원대 가격은 40만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주식분할 날짜는 5월 4일이다.

실제 장외주식 정보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현재 크래프톤은 장외 주식시장에서 주당 197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180만원 후반대에 거래되다가 액면분할 소식이 나오면서 호가가 10만원이나 뛰었다. 이날 액면분할 소식이 나오자 호가가 200만~210만원으로 오르면서 1주일에 10만원씩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추가적으로 무상증자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상증자는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결의 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액면가를 50원대로 낮추고 주당 40만원대 주식을 20만원대로 한번 더 낮춰 공모가를 10만원 중후반대로 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액면가가 너무 낮아질 수 있어 무상증자는 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앞서 IPO 대박을 터뜨린 SK바이오사이언스도 장외주식이 300만원에 이르자 1주당 2주의 비율로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의 무상증자와 주식 1주를 10주로 조개는 액면분할을 진행한 바 있다.

크래프톤은 또 주총에서 총 발행 가능 주식의 총수를 1억주에서 3억주로 늘릴 계획이다. 본점 역시 판교에서 서울로 소재지를 변경할 방침이다. 회사 경영 목적도 ‘기타 스포츠(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을 추가한다. 본사는 7월 12일 강남 펍지 사옥으로 이전 예정이며 신규 사업은 텐센트가 투자한 중국의 e스포츠 전문 미디어 기업 VSPN이 서울에 e스포츠 경기장 설립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상장 시기의 경우 아직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르면 3·4분기, 늦어도 4·4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증권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올해 1~2월 실적이 급증하면서 올해 1·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급하게 상장하기보다는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시기에 맞춰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이번 액면분할과 본점을 서울 소재지로 변경하는 등의 주총 안건을 봤을 때 해외 상장보다는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서는 쿠팡의 사례처럼 미국에 본사를 두고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조직을 바꿔야 상장이 수월해지는데 이번 주총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이 미국에 상장할 경우 현재 시가총액 80조원의 블리자드를 뛰어넘고 글로벌 1등 게임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이 나스닥 상장을 위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 본사가 국내 법인을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바꿀 것으로 예상했으나 서울로 본사를 옮기는 것으로 보아 국내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고, 과거 넥슨이 일본에 상장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컸던 만큼 해외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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