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부동산 좌절'이 LH 투기 논란 키웠다

      2021.03.17 06:30   수정 : 2021.03.17 06: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 '신도시 투기 의혹'이 거센 지탄을 받는 가운데, 청년층의 '부동산 좌절'로 인해 분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2030세대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건을 공정성 문제로 받아들이고 비판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아니꼬우면 LH에 취업하라' 등의 내부 직원 글도 취업에 여려움을 겪는 청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를 "보다 공정해진 사회에서 관행이 바뀌는 발전 과정"이라고 해석하면서 "기득권에 유리한 기존 환경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년은 월세, LH는 투기" 분노
한국청년연대와 청년진보당, 청년하다 등 청년 단체들은 지난 15일 LH 서울지역본부 앞에서 LH 투기 의혹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김식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청년들은 부동산 투기로 배를 불린 사람들을 보면 허탈감과 박탈감으로 한숨만 쉬고 있다"며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모든 LH직원, 친인척, 고위공직자 관련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고 처벌해달라는 게 청년들의 요구"라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도 '청년들은 월세 전전, LH는 투기 전전', '나는 대출도 다 막혔는데 니들은 뭔데 투기하냐'등의 메시지가 나왔다. 주택 가격의 급상승 등으로 인해 '벼락거지'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청년층이 공기업의 부동산 투기 문제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분노가 불투명한 미래에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청년세대는 '영끌'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고 자산을 불려나가는데, LH는 내부 정보로 수십억의 이익을 부당하게 올린 셈"이라며 "업무를 가지고 투기를 한 LH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의 의미 되새겨봐야"
일부 LH 직원들이 게시한 '투기는 LH만의 혜택이자 복지다', '꼬우면 이직하라' 등의 조롱성 글들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취업준비생들이 선망하는 직장인 공기업 직원들의 오만한 언행이 청년층을 자극한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리 문제가 LH 직원들의 발언으로 감정적 반향까지 일으키게 됐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분노와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지 모르는 행위였다"고 봤다.

LH발 신도시 투기 사태가 보다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 설 교수는 "수십년 간 관행처럼 벌어지던 일들이 시대가 변하면서 용납이 되지 않는 사회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청년층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청년층이 중시하는 공정성과 신뢰가 무너진데다, 이것이 공기업에서 자행됐다는 충격파가 한동한 우리 사회를 뒤흔들 것이란 예상이다.


임 교수는 "이번 계기로 기득권에 유리한 진학·입사 과정에 대한 함의와 평가 기준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저마다의 위치로 판단하는 '공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며,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조사 결과만으로 청년층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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