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이직하든가" 막말 LH직원 형사처벌도 가능할까

      2021.03.17 08:14   수정 : 2021.03.17 09: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한창인 가운데 올라온 “꼬우면 LH로 이직하든가”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누리꾼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LH는 문제의 작성자를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글을 올린 곳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인 탓에 작성자 특정과 색출에 난한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경찰은 자신하고 있다.



다만 작성자가 붙잡힌다고 해도 LH 사태에 분노를 표현한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는 “공부 못해서 (LH)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이라며 LH를 비난하는 이들을 조롱한 바 있다.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성’이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발언으로 누구의 명예가 실추됐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업무방해죄의 경우도 해당 글로 인해 LH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 차질이 발생했는지가 밝혀져야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LH 법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적용은 다르다. 작성자의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LH) 다니련다”고 언급한 문장을 LH를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하는 회사’로 비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법적 해석이 나온다.

작성자가 LH 직원이라면 징계도 예고돼있다. LH 인사규정 제48조 제1항 제3호는 ‘직무 내외를 막론하고 공사의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시켰을 때’를 징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성실의무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데, 어느 경우든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다.

이 모든 관측은 작성자가 실제 잡혔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경찰 입장과 달리 작성자 검거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여전하다. 익명 게시판 가입자의 정보가 암호화돼 있어 신원을 알아낼 수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설명이다.


올해 초 한 IT기업 종사자가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게시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을 때도 블라인드 측에서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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