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에도 못들어간다… 설 자리 사라지는 보신탕

      2021.03.23 17:47   수정 : 2021.03.23 17:47기사원문
"보신탕은 끝났어요… 김치찌개나 팔아야지 뭘." 서울 중구에서 20여년간 보신탕집을 운영해온 박모씨(71)의 탄식이다. '보신탕 전문'이라고 크게 쓰인 간판과 달리 박씨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었다.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주력 메뉴를 김치찌개로 바꿨기 때문이다.

보신탕은 이제 하루에 한 그릇도 팔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씨는 "시대가 바뀐 거 같다.
사람들이 안 먹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하겠나"며 한숨을 쉬었다.

■배달앱 "혐오식품 등록 안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외식업계에서 배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배달 음식에도 예외가 있으니 다름 아닌 보신탕이다. 최근 한 보신탕 업체는 배달앱에서 퇴출당했다. 배달앱은 보신탕이 '혐오식품'이라고 판단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 대행 서비스 앱들은 원칙적으로 야생동물로 조리된 식품과 혐오식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홈페이지 이용가이드에서 '법적·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메뉴는 등록 기준에 따라 메뉴 등록 및 판매를 제한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보신탕의 배달앱 등록 금지를 요청한 동물자유연대는 '개고기'가 축산물위생관리법상 축산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동물자유연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개를 식용 목적으로 하는 생산부터 유통, 조리, 판매까지 어떠한 법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섭취한 뒤 건강상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 주체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개선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는 동물자유연대의 요청에 "일부 매장에서 당사 방침과 달리 혐오식품을 메뉴에 포함해 판매하고 있는 걸 발견해 즉시 판매중지 조치했다"고 답했다.

■'보신탕 논란' 업주들 체념

오랜 시간 보신탕집을 운영해온 자영업자들은 체념하는 분위기였다. 다소 억울하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개고기 논란'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미 지난해 배달앱 입점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했다는 보신탕집 관계자 이모씨(56)는 "개고기라고 해도 어디서 막 구해오는 게 아니라 엄연히 허가받은 업장에서 공급을 받는다"라며 "식용과 애완용을 구분해줬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25년간 보신탕집을 꾸려온 김모씨(74)는 "사람들이 안 먹겠다고 난리인데 내가 속상하다고 해서 달라지겠나"라며 "개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니까 그냥 받아들인다"라고 전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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