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입찰서 12년간 담합한 제조업자…공정위 과징금 824억

      2021.03.24 18:21   수정 : 2021.03.24 18: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 구매 입찰에서 가격을 담합한 4개 자동차부품 제조사업자가 8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기아차가 2007~2018년 약 12년간 실시한 총 99건의 글래스런·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실행한 화승 알앤에이, 디알비동일, 아이아, 유일고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824억39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글래스런은 유리창, 웨더스트립은 차문과 차체에 각각 장착하는 것이다.

이 둘은 자동차 외부 소음, 빗물 등의 차내 유입을 막는 고무제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4개사는 현대기아차가 기존 차종의 새 모델을 개발하며 글래스런·웨더스트립 구매 입찰을 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 모델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를 낙찰예정자로 결정하기로 하고, 실제 입찰에서 그 업체가 낙찰받도록 투찰가격을 합의해 입찰에 참가했다.


이때 투찰가격은 개당 납품단가와 납품개시 뒤 당초 납품단가 대비 할인비율까지 포함해 현대기아차에 얼마로 제출할지를 사전에 정했다. 해당 구매입찰에 참가할 때 납품개시 2년차부터 3년간 전년도 납품가격보다 얼마를 할인할지 비율도 제출해야 하는데, 할인율이 낮아야 담합 가담 사업자 이익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서다.

현대기아차가 기존에 없던 새 차종을 개발하거나 매출 감소, 공장가동률 저하 등이 우려되는 사업자가 있는 경우엔 별도 합의를 통해 낙찰예정자를 결정했다.


그 결과 총 99건의 입찰 중 81건에서 사전에 정해둔 낙찰예정자가 낙찰을 받아 담합 성공률이 82%에 달했다.

업계 1위 사업자였던 화승은 2006년께 해당 입찰시장 경쟁이 심화하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2위였던 동일은 시장점유율이 오르자 담합을 제안해 2007년부터 담합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이후 3위 아이아, 4위 유일의 저가투찰로 가격경쟁이 심해지자 화승과 동일은 2011년 5월엔 유일, 2012년 8월엔 아이아에 담합을 제안했고 두 업체도 수락했다. 이들 4개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사실상 100%였다.

과징금은 동일 423억9900만원, 화승 315억5700만원, 아이아 45억6200만원, 유일 39억2100만원이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이 사건은 하도급인 자동차부품사들이 수요독점적 지위에 있는 현대기아차에 대항하는 카르텔 성격이었고, 부당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아 고발은 안 됐다"며 "부당이득은 크지 않았지만 법 위반 기간이 길어 과징금이 이 정도 규모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장기간 은밀하게 이뤄진 담합을 적발, 제재해 국내 자동차부품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켜 전체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간재 시장 담합 감시를 강화하고 법위반 행위 적발시 엄중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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