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숙원 풀었다" 들뜬 주민들… ‘LH 불신 해소’ 과제로

      2021.03.30 18:13   수정 : 2021.03.30 18:13기사원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건으로 공공개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는데 공공재개발을 반대했던 사람들의 불신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관건이다." (신길1구역 주민 김모씨)

30일 둘러본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 주민들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선정 소식에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성북1구역은 곳곳의 언덕 경사가 심해 차로 이동하더라도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도로 폭도 매우 좁아 언덕을 오가는 주민들을 피해 가느라 차들이 연신 굉음을 내뿜었다. 한 눈에 봐도 매우 낙후된 지역으로 공공재개발을 신청한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조대은 성북1구역 공공재개발 추진위원장은 "20여년을 기다렸던 토지 등 소유자들이 너무 기뻐하고 있다. 밤새도록 단체 카톡방에서 기쁨을 나눴다"면서 "주민들의 열의와 성의, 동의서를 걷는 과정에서의 자원봉사, 참여해준 모든 주민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전했다.

함께 후보지로 선정된 장위 8구역 역시 축제 분위기였다. 지용재 추진위원장은 "장위동이 15년째 개발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이 지쳐있는 상태인데 이번에 선정된 것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LH때문에 공공재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어 무조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런 점들을 적극적으로 풀고 설득해 이번에 꼭 성공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이날 후보지들에선 LH의 땅투기사건이 공공재개발의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길1구역 박종덕 추진위원장은 "LH를 못믿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만큼 현재는 자문기구 정도인 주민대표회의의 권한과 기능을 강화시키는 등의 조치를 통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구역에서는 용적률이 기대보다 낮게 적용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성북1구역 조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주민설명회에서 230%의 용적률을 예상해 2300세대로 계산했는데, 어제 발표난 걸 보니 예상세대수가 1826세대라 우리 예상보다 많이 낮다"면서 "용적률을 높이면 정부 정책의 중점인 공급을 늘릴 수 있고, 원주민 부담을 낮춰 재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세대수는 아직 결정난 게 아니라 대략적인 예상일 뿐"이라며 "건축이라는 게 주변 여건과 건축계획을 수립하며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주민분들의 의견을 반영해드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선정 후보지들은 일제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그러나 일부구역의 경우 여전히 투자문의가 뜨거웠다.
다른 구역에 비해 아직까지 투자 부담이 덜한 신월7동 일대가 대표적이다.

신월동 A공인 관계자는 "오늘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를 제외하고는 매매를 할 수 없는데, 실거주를 할 수 있는 매물을 찾는 전화들이 밀려들고 있다"면서 "다만 대부분 전세를 끼고 있는 물건이라 중개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B공인 관계자는 "이미 후보지 발표가 나기전 1억~2억원대의 갭투자 매물들은 많이 손바뀜됐다"면서 "노후된 빌라라서 실거주가 부담되는만큼 전입신고만 해두는 방식으로 투자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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