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 3억 올라"...강남 재건축 '오세훈 효과' 오나
2021.04.11 10:08
수정 : 2021.04.11 10: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집값 상승 폭이 둔화되고 있지만, 강남 등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잠잠하던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다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건축 속도전'을 앞세워 10년 만에 서울시장직 복귀한 오 시장의 공약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5%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송파구(0.10%)는 방이동 재건축과 문정·신천동 역세권 단지 위주로, 강남구(0.08%)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서초구(0.08%)는 방배·서초동 주요단지 위주로, 강동구(0.04%)는 상일·명일동 역세권 위주로 상승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재건축 단지 중심의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현대아파트 몸값이 치솟고 있다”며 “지금 재건축은 매수 대기자들이 넘쳐난다.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만 해도 30억원 중후반대를 오르내리던 현대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31㎡ 매도 호가가 2억~3억원 정도 올라 40억원대를 넘었다.
강남의 또 다른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나온 매물을 다시 거둬들이는 집주인들이 많아져 매물이 거의 없다"며 "호가가 오르면서 매수자들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를 공약한 이후에 매수 문의 전화가 늘었고, 호가도 1억원 가량 상승했다"며 "지금은 매물이 부족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라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달 15일 63억원(10층)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상승했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79㎡)의 경우 지난 1월 21억7000만원에 2월에는 22억원, 지난달 2일에는 22억4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시장의 임기가 1년3개월에 불과한 데다, 정부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권한은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또 재건축 단지 집값이 꿈틀거리면서 주변 집값을 다시 자극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