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K푸드홀릭'…"이틀에 한번은 라면·만두로 끼니 때워요"
2021.05.02 18:21
수정 : 2021.05.02 19:44기사원문
코로나19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던 지난 한 해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간편식품 판매가 호황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외부 출입이 급감하고 고품질 먹거리에 관심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산 식품을 찾는 소비자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韓가공식품 中수출 작년 22.7%↑
2일 한국 식품기업 중국지사와 KOTRA 중국지역본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지역 본부 등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농림수산 가공식품 가운데 면류는 5만4321t, 1억5644만달러어치를 중국에 수출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에 비해 규모는 22.7%, 금액은 19.6% 늘어난 것이다.
또 과자류는 1만1980t, 8371만달러로 전년 9863t, 6315만달러보다 각각 21.5%, 32.6% 증가했다. 각종 소스류 수출도 두드러져 2만8369만t, 6249만달러의 실적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규모는 43.1%, 금액은 35.9% 확대됐다.
전체 품목별로 보면 라면, 음료, 비스킷, 장류, 소주, 쌀가공식품, 설탕 등이 중국 시장에서 호실적을 거뒀다.
한국산 가공식품의 선전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졌다. 1·4분기(1~3월) 대중국 가공식품 수출은 10만5034t으로 전년 같은 기간 12.5% 줄었지만 금액은 2억3330만달러로 17.1% 늘었다. 전체 규모가 감소한 것은 올해 지난해보다 조업일수가 2일 부족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수출금액이 증가하면서 한국산 고가·고품질 상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의 선호도를 반영했다.
올 1·4분기 역시 라면과 음료, 조제분유, 비스킷, 장류, 소주, 아이스크림, 커피 조제품 등이 인기를 끌었다.
■韓식품은 맛+안전성 '두 마리 토끼'
이처럼 중국에서 한국산 가공식품이 호황을 누린 것은 우선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대부분 소비자가 집에 머무르면서 가공·반가공 식품을 찾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또 연일 터지는 먹거리 사고로 자국 식품에 대한 불신이 쌓여 가는 것도 배경 중 하나로 꼽혔다. 중국은 가짜 분유, 가짜 계란 등 식품 파동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의 소득이 점차 증대되면서 안전성과 맛이 검증된 한국산 가공식품을 찾는 이가 늘고 있다.
올해 1월 호르몬 성분이 함유된 유아용 크림을 바른 아기들의 얼굴이 크게 부풀어 올라 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해엔 가짜 분유 파동으로 홍역을 겪었다. 2월에는 오징어를 물에 데치자 녹아버리는 영상이 공개돼 식품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인의 생활이 향상되면서 무조건 가격이 저렴한 식품보다는 비싸더라도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분위기로 바뀌는 추세"라며 "코로나19 국면에서 온라인 주문이나 편의점 등에서 한국식 간편식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한국 식품기업 중 CJ는 2020년 CGV 등이 중국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비비고, 햇반 등 CJ제일제당의 식품 수출이 14%로 대폭 늘면서 감소분을 대부분 상쇄했다. 풀무원은 두부, 생면 가정간편식, 냉동식품, 스파게티, 떡볶이 등의 수요가 2배가량 늘었다. 농심의 라면류, 오리온 과자류에 대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 분유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6300만달러 수준의 분유를 수출하고 있다.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은 1.2%로 전체 국가 가운데 10위에 그치지만 중국 소비자의 프리미엄 분유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경쟁력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비싸더라도 고품격 제품으로 공략하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일정 부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