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공정경제' 잘했다는 정부..평가는 '불공정·위선·박약'
2021.05.11 12:00
수정 : 2021.05.11 14:43기사원문
정부가 지난 4년간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공정경제'에 대해 경제적 약자 보호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화자찬했으나 체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금미지급 문제 해결, 소상공인 세금 인하와 이자면제, 특수형태근로자 등 노동자 권익향상 등을 대표 성과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권 초기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와 지속된 양극화 심화, 부동산 급등과 LH 투기 사태 등 실책이 컸다고 평가했다.
■10개 부처 공정경제 자화자찬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10개 부처는 11일 '국민과 함께 만들어온 공정경제' 보도 자료를 통해 '공정경제' 추진 결과 경제적 약자 보호뿐만 아니라 대기업에도 상당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자료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취약계층 노동자, 소비자, 대기업 등 정책 수혜자 입장에서 '수치'적으로 공정성이 개선됐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의 경우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미지금대금 구제 금액이 매년 약 2000억원에 달하고, 상생결제 금액도 2017년보다 2020년에 28% 늘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경우 부가가치세 감면으로 지난해만 7300억원의 세금이 줄었고, 최고이자율도 24%에서 20%로 낮아졌다. 취약계층 노동자의 경우 배달노동자 등 특수형태근로자의 산재보험 확대로 수혜 대상이 수치적으로 크게 늘었다는 식이다.
정부는 "공정경제 관련 총 175개 과제 중 '공정경제 3법' 제·개정 등 134개 과제(77%)를 완료했고 남은 41개 과제도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추진 중"이라고 설명하며 "지난 4년간 정부, 공공기관 노력과 함께 기업들이 참여해 공정경제 성과가 시장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소기업 문제나 대기업 횡포에 대한 부분은 개혁의지를 가지고 일부 성과를 냈다"면서도 "공정 이슈를 어느 정부보다 강조했지만 국민입장에서는 불공정을 넘어 '위선', '내로남불', '아시타비(나는 옳고 타인은 틀렸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도적 개선을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공정거래에 관해서는 성과를 낸 부분이 있다"며 "다만 노동시장과 부동산분야에서는 시장에 부적절하게 개입하며 성장을 저해하고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부정적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정 내세웠지만 개혁의지 '박약'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공정하게, 과정은 정의롭게, 결과는 평등하게"를 내세웠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기회, 과정, 결과 모두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검찰 개혁을 내세웠지만 조국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가 터졌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투기 사태가 터졌다. 기업과 근로자,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권 초기 아젠다 세팅은 잘했지만 개혁에 대한 의지가 박약했고, 정책의 타이밍과 정교함도 좋지 못했다"며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의 경우 월세만 있는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다 보니 전세를 끼고 투자하는 갭투자만 활성화 시켜 주택 가격만 더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현실화되기 시작한 부동산 조세 강화도 정권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 자영업자인 '을'이 또 다른 '을'을 챙기는 구조로 이로 인해 구조조정 되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없었다"며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사태도 경제의 전반적 위축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는 구조 속에서 청년들 사이에서 불공정 이슈만 낳았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의 경우도 '선한의지'로 추진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현실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감성적인 정책"이었다며 "공정경제에 대해 자화자찬 하기보다는 잘 못한 부분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