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 반성 없는 반성문, 안통합니다
2021.05.17 18:19
수정 : 2021.05.17 18:19기사원문
형사 사건 가해자들이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는 일은 흔하다. 이 때문에 온라인 상에 행정사사무소부터 법무법인까지 대필 전문가를 자처하는 광고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을 비롯해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양모와 양부가 잇따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감형을 노린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온라인 '반성문 대필 광고' 횡행
17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세 모녀 살해 혐의를 받는 김태현은 내달 1일 첫 공판을 앞두고 지난 11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김태현의 변호인은 "접견 당시 반성문을 쓰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반성문의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본인의 심경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공유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반성문 500장 넘게 제출하고, 재판 도중 혼인 신고를 해 감형받은 사례가 있다. 손정우는 이후 혼인무효 소송을 통해 혼인무효가 됐다.
이처럼 감경 요소로 '진지한 반성'이 해당하는 만큼 반성문 제출이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필'을 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대필업체는 "반성문, 탄원서 등 그 동안 대필한 법률 문서가 5000여건이 넘는다"며 "(최근에도) 하루 20건씩 대필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고 광고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 반성문은 무조건 선처가 가능하다"며 "12시간 이내 반성문 전달시 15만원, 24시간 이내 9만원, 72시간내 7만원 등 비용이 든다"고 했다.
■ 반성문 제출에도 감형X.."진정성"
그러나 피고인들이 재판부에 수십 또는 수백차례에 걸쳐 제출한 반성문이 감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여중생들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이른바 '제2의 n번방' 운영자 배모군(19) 1,2심 재판 중 150회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1심에서 받은 장기 10년, 단기 5년 형량은 줄지 않았다.
최근 '정인이 사건'의 1심 선고를 받은 양모 장모씨는 검찰 구형 이후 반성문을 8차례, 양부 안모씨는 3차례 제출했다. 안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장씨는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 3월 술자리에서 말다툼 끝에 흉기로 지인을 살해한 전직 택시기사 김모씨(59)도 1심 재판이 진행되는 5개월여 동안 반성문을 120여차례에 걸쳐 제출했으나, 검찰 구형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일부 사회적 공분을 산 사건 등을 비롯해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더라도 감형이 되지 않기도 한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반성없이 일방적인 재판부를 향한 반성문은 양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노 변호사는 반성문 대필 시스템에 관해서는 "큰 틀에서 반성문을 작성했는데 방법을 잘 몰라 참고하고 부족한 표현에 대한 도움을 받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본인이 쓴 양 대필을 한 반성문은 피고인 당사자에게도, 재판 양형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