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의혹 구속수사" 특수본 호언장담, 애초부터 공염불?

      2021.05.30 17:43   수정 : 2021.05.30 17:43기사원문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피의자들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연이어 기각되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공직자는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이 흔들린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원이 결정하는 구속 여부를 수사 초기부터 무리하게 거론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특수본을 이끄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에 의해 기각된 피의자는 총 13명이다.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는 총 20명이다.

특히 지방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특수본이 구속수사를 천명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공직자'에 해당하지만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

지난 21일에는 법원은 충남 아산시의원 A씨와 대구 기초의회 의장 B씨의 구속영장을 각각 기각했다. 지난 18일에도 전남 신안군의원 C씨의 구속영장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담당 법원들은 이들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며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들은 공직자 신분인 만큼, 신원이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보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모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행복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보완수사도 한달 째 이어지는 실정이다. 행복청장은 차관급 공직자로, 투기 의혹을 받는 공직자 중 최고위급이다. 경찰은 이 전 청장의 영장 재신청을 위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법원이 기각한 구속영장은 재신청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영장 기각 이유가 대체로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고, 도주·증거인멸 우려 없다는 이유"라며 "(기각되더라도)기소까지 가는 데 문제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특수본 출범 당시 내걸었던 수사 원칙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특수본 출범 초기에 "내부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도 특수본 등에 비슷한 주문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으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얘기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특수한 상황이고 국민적 공분이 커 특별법적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원 구속수사' 방침을 특수본의 강한 수사 의지로 읽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구속은 법원에서 판단을 해야 하는 영역으로, 전원 구속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그만큼 (경찰이)적극적이고 단호한 의지를 표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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