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들’ 놀이하듯 범죄…촉법이라 처벌·보상 난망
2021.06.12 07:00
수정 : 2021.06.12 06: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10대들이 자동차 11대를 훔쳐 무면허로 몰고 다니거나. 부모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건 등 놀이하듯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관에게 붙잡혀도 당당하거나, 심지어 욕까지 하는 사례 등이 있어 ‘나이’가 아닌 ‘행위’에 맞는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은 제대로 된 처벌도,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웹툰 ‘참교육’에서도 ‘어차피 우린 무적의 13세’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촉법소년에 대한 인식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
12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나흘간 폭스바겐과 제네시스 등 차량 11대를 훔쳐 무면허로 운전한 혐의(특수절도)로 A(14)군 등 7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4일간 외제차 등 11대를 잇달아 훔쳐 도로를 무법 질주하는가 하면 출동한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사고를 낸 뒤 또다시 차량을 훔쳐 도주하는 범행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범행
경찰 조사 결과 SNS에서 만난 이들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7명 중 형사처벌이 가능한 만 14세를 넘어선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명은 소년부에 송치했다. 촉법소년인 B(13)군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 5월 8일 밤 11시께 전북 정읍에서도 훔친 차를 타고 달아나던 청소년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전에서 차를 훔쳐 정읍까지 110여㎞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4명 중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3세 촉법소년이었다.
경기 안산에서는 10대가 부모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는 패륜사건이지만, 모두 촉법소년인 탓에 형사처벌은 면할 전망이다.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상해 혐의를 받는 초등학생 A군(10)과 중학생 B군(13)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군은 지난 4일 안산시 상록구의 자택에서 자신을 훈계한다는 이유로 모친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다. B군은 6일 같은 지역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말다툼을 벌이다 둔기로 물건을 내리치고, 흉기로 가족을 위협했다.
■촉법소년 범죄 늘지만 체포나 조사 어려워
촉법소년들이 SNS에서 만나 차량 절도 등 각종 범죄가 늘고 있지만, 체포나 조사가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형사는 “차량 절도는 피해 금액이 많고 10대들은 운전 연수 경험이 없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도, 촉법소년이라 체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또 부모가) 안쓰러워 신고를 안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청소년 범죄에 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촉법소년의 처벌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수 변호사는 “현재 촉법소년은 모든 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만 14세 미만으로 구분돼 있다”며 “나이가 아닌 행위에 맞는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기 위해 범행과 피해 정도에 따른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촉법 청소년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이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행법상 우범소년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14세 미만이더라도 긴급동행영장을 발부 보호처분을 통해 소년원에 입감할 수 있다.
당근마켓에 동급생 사진과 함께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던 여중생이 교사에게 욕설하는 등 상습적으로 교권을 침해해 소년원에 수용됐다.
전북 군산보호관찰소는 보호관찰 준수 사항을 위반한 A(13)양을 법원의 허가를 얻어 광주소년원에 유치했다.
A양은 지난해 10월 당근마켓에 장애를 앓는 친구 사진과 함께 “장애인 팝니다”라는 글을 게시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법원으로부터 단기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당시 이 글을 본 당근마켓 회원이 “어떻게 사람을 파느냐. 콩밥을 먹어봐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항의하자 A양은 “촉법(소년)이라 콩밥 못 먹는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964425@fnnews.com 김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