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간 유령수술 행정처분 44건? 제각각 정부 기준 [국민요구, 수술실CCTV]

      2021.06.14 16:59   수정 : 2021.06.14 16:59기사원문
환자가 마취된 뒤 이뤄지는 의료범죄에 대응하고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수술실CC(폐쇄회로)TV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차례 조사에서 찬성여론이 90%에 육박했지만 국회에선 1년 넘게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수술실CCTV법과 관련한 기획보도를 통해 수술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법적 의료행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일선 의료기관 상당수에서 조직적 유령수술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유령수술 실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 자체 통계에선 수사기관에 적발된 유령수술 사례가 충실히 관리되지 않고 있고, 행정처분도 적발된 사건에 비해 크게 적은 것이다.


아예 수술실에 CCTV를 달아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발의된 법안은 1년째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의원실별로 다른 유령수술 처분 건수

14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정부가 의료인의 대리수술에 대해 행정처분한 건수가 단 44건에 불과하다. 이중 의사는 36건으로, 전체의 80%를 넘긴다.

44건 가운데 명백한 유령수술로 봐도 좋을 사례는 17건이다. 이로 인해 13명의 의사가 면허취소 및 자격정지, 1명의 간호사가 자격정지, 3명의 간호조무사가 자격취소와 정지 처분을 받았다.

구체적으로는 △비의료인이 내향성모조증근치수술을 하게 한 의사 △무면허자에게 쌍꺼풀 수술, 코 성형수술 등의 수술을 하게 한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부원장 직함를 갖고 의사인 것처럼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사 △4년여 동안 무면허자에게 절개와 소독 등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고 수사가 이뤄지자 진료기록부를 삭제한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747회나 관절 관련 수술을 하게 한 의사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하게 한 뒤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 의사가 면허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어 △무자격자에게 코와 눈 성형수술을 하도록 한 의사 △무자격자인 직원에게 발목 수술을 하도록 한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지방흡입수술을 하도록 한 의사가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유령수술 처분내역을 불분명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44건의 행정처분 안에는 비의료인이 단독으로 수술을 한 사례부터 의사 감독 아래 비의료인이 수술을 보조한 경우, 의료인이지만 단독 수술을 할 수 없는 이가 단독으로 수술을 한 경우 등이 망라돼 정확한 구분 기준을 알 수 없다.

더욱이 처분을 받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누구인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환자를 기만한 심각한 범죄임에도 환자가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리 허술, 수술실CCTV가 '답'

보건복지부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사실은 다른 의원실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처분 기록이 단 28건에 불과하다. 김남국 의원실 자료에선 같은 기간 의사의 행정처분 기록이 31건으로, 3건이 더 많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요구한 게 조금씩 다른데, 의사가 처분받은 건수랑 의료인 처분받은 건수에서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으나 자료를 대조한 결과 설명과 다른 부분이 상당수 확인됐다.

김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선 2015년 ‘무면허자에게 쌍꺼풀 수술, 코 성형수술 등의 수술을 하게 하였음’을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 등의 사례가 들어 있는 반면, 권 의원실 제출자료엔 관련 처분내역이 빠져 있다. 해당 내용을 대리수술 지시 의사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았거나 누락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엔 64개월 간 적발된 대리수술 건수가 112건에 이른다고 적시돼 있다. 같은 기간 행정처분 건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가 의료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편 유령수술은 최근 수년 간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중대한 의료범죄다. 최근엔 인천 한 병원에서 대표원장이 3~4시간의 수술 중 15분여만 개입하고 나머지 시간은 일반 직원들이 수술을 진행한다는 충격적 증언이 나와 수사가 이뤄졌다. 광주의 한 척추 전문병원에서도 의사 대신 간호조무사들이 수백 건의 유령수술을 해온 정황이 포착됐다. 2018년 경기도 관절 전문병원에서도 유령수술로 환자 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부적절한 자문을 했다며 고발됐다.

이처럼 유령수술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거듭 불거지고 있지만 국회는 대안인 수술실CCTV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김남국, 안규백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은 발의 1년이 지나도록 국회 첫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CCTV를 수술실 입구 바깥에 달아야 한다는 안을 절충안으로 고수하고 있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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