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수술' 관리 안되고 통계도 제각각… "사실상 방치" 비난
2021.06.14 17:55
수정 : 2021.06.14 19:12기사원문
환자가 마취된 뒤 이뤄지는 의료범죄에 대응하고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해 수술실CC(폐쇄회로)TV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차례 조사에서 찬성여론이 90%에 육박했지만 국회에선 1년 넘게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본지는 수술실CCTV법과 관련한 기획보도를 통해 수술실 내부에서 발생하는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일부 의료기관에서 조직적 유령수술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유령수술 실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령수술 통계가 충실히 관리되지 않고 있고, 행정처분도 적발된 사건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유령수술 등 의료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발의된 관련 법안은 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의원실별로 다른 유령수술 처분 건수
14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정부가 의료인의 대리수술에 대해 행정처분한 건수가 단 44건에 불과하다. 이중 의사는 36건으로, 전체의 80%를 웃돈다.
이중 명백한 유령수술 의혹이 제기된 사례는 17건이다. 구체적으로는 △무면허자에게 쌍꺼풀 수술, 코 성형수술 등의 수술을 하게 한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부원장 직함를 갖고 의사인 것처럼 수술 등 의료행위를 하게 한 의사 △간호조무사에게 747회나 관절 관련 수술을 하게 한 의사 등이다.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유령수술 처분내역을 불분명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44건의 행정처분 안에는 비의료인이 단독으로 수술을 한 사례부터 의사 감독 아래 비의료인이 수술을 보조한 경우, 의료인이지만 단독 수술을 할 수 없는 이가 단독으로 수술을 한 경우 등이 망라돼 정확한 구분 기준을 알 수 없다.
처분을 받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누구인지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수술실CCTV가 '답'
보건복지부의 관리가 허술하다는 사실은 다른 의원실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처분 기록이 단 28건에 불과하다. 김 의원실 자료에선 같은 기간 의사의 행정처분 기록이 31건으로, 3건이 더 많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요구한 게 조금씩 다른데, 의사가 처분받은 건수랑 의료인이 처분받은 건수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지가 자료를 대조한 결과 보건복지부의 설명과 다른 부분이 상당수 확인됐다.
김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선 2015년 '무면허자에게 쌍꺼풀 수술, 코 성형수술 등의 수술을 하게 하였음'을 사유로 면허가 취소된 의사의 사례 등이 포함된 반면, 권 의원실 제출자료엔 관련 처분내역이 빠져 있다. 해당 내용을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보지 않았거나 누락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엔 64개월 간 적발된 대리수술 건수가 112건에 이른다고 적시돼 있다. 이는 같은 기간에 이뤄진 행정처분 건수를 훌쩍 뛰어넘어 정부가 의료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게 맞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령수술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거듭 불거지는 가운데서도 국회는 수술실CCTV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1년이 지나도록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수술실CCTV를 수술실 입구 외부에 달아야 한다는 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상태다.
pen@fnnews.com 김성호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