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發 코로나 감염된 직원 남편, 1년째 의식불명...“산재 인정돼야”
2021.06.22 15:46
수정 : 2021.06.22 15:46기사원문
확진 이후 2주만에 B씨의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된 것이다. B씨는 같은 해 6월 2일 집중치료실로 옮겨졌고, 산소호흡기와 수액 등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7일에는 병세가 더 악화돼 심정지가 오기도 했다. ‘저산소성 뇌손상’ 판정을 받은 B씨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불명 상태다.
이후 A씨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회)에 “쿠팡물류센터에서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돼 집단감염에 이르렀다”며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8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업무상 재해라고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상세불명의 폐렴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A씨는 쿠팡 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쿠팡이 B씨의 치료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7개월여 시간이 흐른 지난 18일 쿠팡 측은 A씨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최종안을 제시했고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A씨는 지난해부터 벌여온 손해배상 소송의 소장을 변경했다.
■'배우자도 산재 인정돼야'..법조계 첫 논의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이날 서울동부지법 민사소액31단독부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신청서에는 B씨의 저산소성 뇌정지가 코로나19로 인한 감염이라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8월 쿠팡을 상대로 “25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집단 감염사태 당시 쿠팡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직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자가격리를 지시하면서 시간대, 공간을 언급하지 않은 점 △근로자 보호조치가 없었던 점 등을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이번 청구취지를 변경하면서 B씨의 치료비도 청구했다. 원고1(A씨)에게 3000만원, 원고2(B씨)에게 1억7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변경한 것이다. A씨 측은 증거자료로 A씨에 대한 위원회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제출했다.
송 변호사는 “쿠팡 근로자였던 A씨는 지난해 8월 업무상 재해 판정을 받았지만 현재의 산업재해제도는 배우자를 산재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특수한 상황에서 최소한 의식불명 중태인 배우자의 치료비는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한 상황인 데다 일부 귀책으로 인해 가족까지 전염돼 피해를 입은 만큼 배우자에게도 산업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재 판정을 받을시 요양비를 지급 받는 주체를 근로자 당사자로 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의 인정 범위를 배우자까지 확장하는 시도는 법조계 내부에서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변호사는 “쿠팡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면서 법원을 통한 사법구제절차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임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