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중 발견한 차 키, 몰카였다"…친구아빠한테 당한 여대생

      2021.07.01 09:36   수정 : 2021.07.01 16:49기사원문
친구의 아빠가 화장실에 설치한 차 키 모형의 몰래카메라. (네이트판 갈무리)© 뉴스1


국내의 한 '초소형 캠코더 및 위장 캠코더' 전문 판매 사이트에서 자동차 키 모양의 카메라가 38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갈무리) © 뉴스1


경찰의 압수목록과 친구네 아빠로부터 받은 카톡 내용. (네이트판 갈무리) © 뉴스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십년지기 친구의 아빠가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친구 아빠한테 몰카 당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사건이 며칠 지났지만 여러분도 몰카를 조심하라는 의미로 공익을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친구와 친구네 아빠와 셋이서 같이 술도 먹고 자주 놀러 가던 사이였다 "그분도 저를 수양딸이라고 부르시면서 정말 딸처럼 예뻐하셨다"고 생일과 어버이날 등 기념일을 챙기던 사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은 6월 중순에 일어났다. 나는 친구 집에 머무르고 있었고 저녁에 날씨가 더워 샤워를 했다"면서 "그런데 (화장실에) 웬 차 키가 있더라. 처음엔 몰래카메라인지 몰랐으나 샤워하고 다시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고 했다.

1종 보통 운전면허를 가진 A씨는 차 키에 로고가 없어 의아했다고. 그는 "이 차 키는 분명 우리 부모님의 차량과 동일하게 생긴 키였는데 뭔가 이상했다"면서 "버튼도 3개 밖에 없었다. 그래서 버튼을 눌러봤더니 장난감처럼 딸깍하고 눌러지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바로 구글에 '차 키 몰카'라고 검색했더니 바로 나왔다. 초소형 몰래카메라였다"면서 "상품 상세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로 분리해보니 SD카드와 충전 포트가 있었다. 누가 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단 SD카드는 내가 갖고 차 키만 원위치에 놓고 나와 산책 좀 한다는 핑계로 노트북으로 확인해봤다. 몰카가 맞았다"고 말했다.

이후 A씨 친구의 아빠는 A씨에게 "SD카드가 어디 있는지 아냐"면서 찾았다고. A씨는 "SD카드에 대해 추궁하니 끝까지 그 차 키가 몰카라고는 말을 안하더라"면서 "'차 키가 맞는데 그냥 메모리가 같이 있었다'는 식으로 돌려 말했다"고 했다.

A씨의 충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씨의 몰카가 찍히기 며칠 전날 샤워 욕조 방향에 맞춰 카메라 구도를 확인하는 듯한 영상도 같이 찍혀있었던 것.

현재 친구네 아빠한테 자백도 받아내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힌 A씨는 "범행이 완전 계획적이었다"면서 "혼자 살고 외롭고 잠깐 미쳐서 그랬다고 하시는데…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했다.

또 그는 "계속 친구 핑계 대면서 한 번만 봐달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딸 있는 아버지가 그딴 짓을 할 수 있는지 아직도 소름 끼친다. 반대로 자기 딸이 당해도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면서 "내 몸이 나온 몰카가 있어 신고를 고민했지만 그럼 그 사람 좋은 꼴밖에 안 되기에 신고했다. 웃긴 게 신고를 미뤄달라고 연락도 왔다"고 전했다.

A씨는 "딸한테는 아직도 좋은 아빠인 척 '아빠 반성 많이 했어' 이러는 데 반성하는 태도가 맞는지"라면서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다. 차 키가 이상하더라도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이후 친구의 아빠가 자신이 졸업할 때까지 매달 용돈 30만원을 주겠다며 회유했다고 덧붙인 A씨는 "메이저 공기업에 몇십 년 근속하신 분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기 때문에 글을 올리면서도 많이 걱정되나, 세상은 정의롭다고 믿고, 피해자인 내가 숨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 글을 올린다"고 적었다.

끝으로 A씨는 "요즘 진짜 정교하게 나온 몰카가 많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면서 "그 사건으로 인해 현재 친구와는 연락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한편 초소형 카메라를 이용해 불법 촬영이 만연하자 지난달 18일에는 '초소형 카메라 판매 금지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오는 18일 마감되는 이 청원은 1일 기준 14만5441명이 동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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