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윤동주·박열, 무대 위에서 ‘자유’를 노래하다
2021.07.12 18:57
수정 : 2021.07.12 18:57기사원문
■'총 대신 연필' 가슴 속 영원한 청년시인 윤동주
일제 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 속에서 윤동주는 총 대신 연필을 들고 서글픈 마음을 시로 옮겼다.
공연은 일본이 국가총동원법을 조선에도 적용해 한민족 전체를 전시총동원체제의 수렁으로 몰아넣던 1938년 경성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북간도에서 어린시절을 함께한 벗이자 동지인 사촌 송몽규와 함께 연희전문학교에서 외솔 최현배 선생의 조선어 강의를 들으며 우리 민족 문화의 소중함을 배워가던 윤동주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스승과 친구들, 우리말과 우리글, 자신의 이름과 종교 등 많은 것들을 빼앗기며 절필과 시 쓰기를 반복한다.
어느날 교회 앞 십자가에서 저항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던 윤동주는 자신의 시를 사랑한 이선화를 만나고 그녀의 말에 용기를 얻어 자신의 시 18편이 담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제목의 시집을 낸다. 이후 1942년 3월 일본으로 건너가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꿈꾸던 윤동주는 '재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사건'으로 경찰에 붙잡히고 송몽규와 함께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이감된다. 그리고 1년 뒤인 1945년 2월 16일, 일제에 의해 반복적으로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으며 생체실험을 당하던 윤동주는 잦은 혼수상태 속에서 어머니와 친구들을 그리워하다 2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번 작품은 윤동주가 남긴 가슴 절절한 시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는 평가다. '팔복', '십자가', '참회록', '서시', '별 헤는 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그가 남긴 대표작 8편을 대사와 가사로 담아냈다. 윤동주 역은 초연 때부터 함께해온 뮤지컬배우 박영수와 서울예술단 단원인 김용한이 맡았다. 공연은 25일까지.
■박열 "편견없이 사랑하고 후회없이 투쟁하라!"
14일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박열'은 윤동주보다 20여년 앞서 일본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배우 김수로가 이끌고 있는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가 제작해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이 작품은 지난 2017년 이준익 감독이 동명 영화로도 제작한 바 있다.
작품의 배경은 1923년 일본 도쿄. 관동대지진으로 인해 원성이 자자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일본 내각은 조선인들이 테러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괴소문을 퍼뜨린다. 그로 인해 6000여명의 조선인이 죽고 이 사건이 전 세계에 알려지자 일본 정부는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항일단체 '흑도회'를 지목, 아나키스트 박열에게 일본국왕 폭살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 이 과정에서 박열은 일본의 계략을 눈치채고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와 함께 계획에도 없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며 일본 재판정을 투쟁의 장으로 역이용한다. 이번 작품에는 주인공 박열과 더불어 그의 아내 후미코 등 실존 인물들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에 박열의 대척점에 서 있는 도쿄재판소 검사국장 '류지'를 가상인물로 내세워 서사에 입체감을 더했다.
이번 작품의 대본은 신예 이선화 작가가 써내려갔다. 여기에 뮤지컬 '시데레우스'의 이유정 작곡가가 가세했고, 배우·극작·연출 등 다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성종완이 연출로 참여했다. 공연을 함께하는 배우들의 면모도 탄탄하다. 주인공 박열 역에는 연극 '완벽한 타인'과 뮤지컬 '스모크' 등을 통해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인 김재범을 비롯해 뮤지컬 '붉은 정원'의 김순택, 뮤지컬 '미스트'의 백기범, 뮤지컬 '태양의 노래'의 조훈 등 4명이 캐스팅됐다. 또 박열의 아내이자, 국적은 다르지만 조선인 박열과 뜻을 함께하는 아나키스트 후미코 역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이정화를 비롯해 뮤지컬 '머더 발라드'의 허혜진,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최지혜 등이 맡았다. 공연은 9월 12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