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산불이 수천㎞ 떨어진 북극 얼음 녹인다

      2021.07.26 10:36   수정 : 2021.07.26 10: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제공동연구진이 최근 이상고온 현상으로 미국 등 중위도권의 대형 산불이 북극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산불의 부산물들이 눈이나 얼음 위에 쌓였을 때, 표면의 반사도를 낮추고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해 극지방이 녹는 것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극지방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극지연구소는 북아메리카 산불의 흔적을 그린란드에서 찾았다고 26일 밝혔다.

극지연구소 강정호 박사팀은 울산과학기술원,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등 국제공동연구팀과 함께 그린란드 북서부의 눈 시료에서 레보글루코산을 확인하고 주요 출처로 북아메리카를 지목했다.


레보글루코산은 산림이 300℃ 이상에서 탈때 생기는 화학물질로 산불발생을 알려주는 대표적 물질이다. 이 물질은 바람을 타고 수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그린란드의 눈에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연도별로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를 분석했다. 그결과 북아메리카에서 산불 피해가 컸던 2004년의 눈에 레보글루코산 농도가 다른 해보다 최대 8배 이상 높았다.

북아메리카의 산불이 그린란드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인공위성에서도 확인됐다. 산불로 배출된 일산화탄소가 동쪽으로 이동해 그린란드에 도달하는 과정이 포착된 것이다.

반면, 시베리아 산불의 영향은 미미했다. 2003~2009년 중 시베리아에서 가장 넓은 지역이 불에 탔던 2003년에 그린란드 북서부에는 같은 기간 평균보다 적은 양의 레보글루코산이 쌓인 것으로 분석됐다. 식생 차이로 북아메리카에서 발생한 산불보다 대류권 상부까지 내보내는 물질이 적었고, 이를 운반하는 대기의 흐름 방향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눈 시료는 우리나라 등 14개국이 참여하는 국제공동 심부빙하시추 프로젝트 NEEM에서 확보했고, mL당 수십~수천pg (1pg = 1조분의 1 g)에 불과한 레보글루코산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최신 질량분석기술도 활용됐다.

극지연구소 강정호 책임연구원은 "초극미량으로 기록된 이상기후현상의 흔적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가 가까운 미래에 어떤 형태와 규모로 극지방에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도록 연구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Chemosphere)'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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