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아들과 30년째 생이별.. 버렸다고 생각할까 맘아파”
2021.07.26 18:06
수정 : 2021.07.26 19:28기사원문
그날도 평온한 일요일 오후였다. 어머니 윤경순씨(64)는 두 아들이 좋아하는 따끈한 잡채를 점심에 내었고, 가족들은 즐겁게 식사를 했다. 한창 뛰어놀기 좋아할 나이인 9살 큰아들은 점심을 먹자마자 친구들을 따라 집 밖으로 나섰다.
26일 경찰청과 실종아동전문센터 등에 따르면 민석군은 지난 1991년 3월 24일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 자택 근처에서 세발 자전거를 타고 놀다 갑자기 실종됐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영문도 모른 채 30년 동안 생이별하게 된 어머니 윤씨는 중간중간 울먹임을 삼키며 힘겹게 당시를 떠올렸다. "일요일이어서 밖에서 형과 같이 노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아이도 자전거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씨는 "민석이는 조심성이 많은 아이였다. 걷다가 차가 다가오면 '엄마, 차 차'하며 나를 잡아 끌었다"며 "그렇게 조심성 많은 아이가 갑자기 사라졌다니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큰아들도 동생의 실종에 큰 충격을 받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경찰 수사 초반에는 아무런 기억을 하지 못하다 수사가 마무리 될 즈음 "골목에서 '쥐색 차량'을 봤다"고 떠올렸다. 오전에는 없었던 '쥐색 차량'이 오후에 주차된 것을 큰아들이 목격했던 것이다. 윤씨는 '쥐색 차량'이 민석군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해 수소문해봤지만 이웃들도 "생전 못 보던 차"라고 했다.
윤씨는 "당시에는 CCTV도 없던 시대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나 목격자가 없으면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민석군의 이마 왼쪽에는 흉터가 있다. 집 안 가구를 잡고 걷던 2~3살 무렵 서랍 모서리에 찍혀서 생긴 흉터다. 윤씨는 "민석이에게 쌍꺼풀이 있는데, 우리 부부를 닮았다면 지금쯤 속쌍꺼풀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씨는 혹시라도 아이가 '자신이 버려졌다'고 기억할지 모른다며 재차 걱정했다. 그는 "내가 못 먹고, 못 써도 내가 키우지, 자식을 어떻게 버리냐. 난 절대 버리지 않았다"며 "민석이를 찾으려고 벽보도 붙이고 유세차량도 빌려 다녀보고 별짓을 다 했다"고 강조했다.
윤씨는 "내가 눈감기 전에 제발 연락이 닿아 꼭 봤으면 좋겠다"며 "가족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이 심정이 꼭 전해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