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극장가 살리러 … '센 놈'들이 온다

      2021.08.06 04:00   수정 : 2021.08.06 04:00기사원문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코로나19를 뚫고 개봉 7일째 1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에 등극했다. 개봉 2주차의 평일 관객이 더 늘어나는 '개싸라기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모가디슈'의 흥행 파트너가 될 대작이 연이어 개봉한다. '모가디슈'와 함께 극장업계가 총제작비 50% 회수를 보장한 쇼박스의 '싱크홀'과 마블과 적수인 DC코믹스 기반의 안티히어로 무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월트디즈니의 '프리 가이'가 대표적이다.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는 "작년 여름보다 영화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도 있지만 대작 개봉작이 적어 관객들의 발걸음이 뜸했다"며 "'모가디슈'를 비롯해 '싱크홀'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프리 가이'는 관객들의 기대치에 부합할 뿐 아니라 장르 관객들도 좋아할 작품"이라고 말했다.



■'싱크홀' 생활밀착형 코미디가 가미된 재난영화

영화 '싱크홀'(11일 개봉)은 치솟는 집값 때문에 '벼락 거지'가 된 사람들에겐 참 가슴 쓰린 설정의 영화다. 시쳇말로 '영끌'해 산 내 집이 땅속으로 꺼진다면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질 일이 아닌가. 평범한 가장 동원(김성균)은 결혼 11년 만에 비록 아파트는 아니지만, '쓰리룸'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하지만 직장동료를 불러 집들이를 한 다음날, 갑자기 5층짜리 빌라 한 동이 통째로 땅속으로 추락한다. '싱크홀'은 초반부 다소 타율 낮은 코미디로 우려를 사나 재난 발생 이후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차승원, 이광수, 김성균 등 코믹한 에너지를 장착한 배우들 덕분에 영화가 무겁지 않고, 땅속이라는 제한된 환경에서도 암벽, 엘리베이터, 하수구 탈출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급기야 장마로 땅속에 물이 차오르는 급박한 스펙터클이 이어진다. 생활밀착형 유머와 드라마도 재난 상황과 잘 버무려졌다. 청춘 남녀의 '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목숨이 오가는 극적인 상황은 서먹했던 부자 사이를 가깝게 좁힌다. 또 식당일로 바빠 정작 하나뿐인 아들에겐 따뜻한 밥 한그릇 못해줬다는 '가장' 엄마의 굵은 눈물은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빙하기를 통과중인 영화업계를 비롯해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건 희망이다. '싱크홀'은 그 희망을 경쾌하면서도 진솔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올여름 '필견무비'로 꼽을 만하다. 김지훈 감독은 "재난 자체보다 인물들이 팀을 이뤄 어떻게 재난을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애들은 가라" 청불 안티히어로무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4일 개봉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마블 시리즈에 비해 폭발력이 떨어졌던 DC시네마틱유니버스의 또다른 출발을 알리는 영화다. 흥미롭게도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DC시리즈를 살리는데 소환됐다. 워너브러더스가 혹평을 면치 못했던 2016년 동명 개봉작의 심폐소생을 건 감독에게 맡기면서 연출·각본·편집 전권을 위임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팀플레이가 불가능한 안티히어로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할리퀸의 매력이 더 강해졌고, 실베스타 스탤론이 연기한 걸어 다니는 상어는 이번 영화의 신스틸러로 꼽힌다. 과격하고 무자비하지만 폭소를 자아내는 B급 유머에 흥을 돋우는 올드팝의 향연이 미덕.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활약상은 요즘 장안의 화제인 '슈퍼밴드2'의 크랙샷 공연을 볼 때처럼 신난다. 코믹북의 엄청난 팬이라고 밝힌 건 감독은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든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무슨 이야기를 하건 누구를 살리고 죽이건 완전한 자유를 준다니 그 어느 때보다 대담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마블과 DC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상당히 비슷하다"며 "다만 마블은 가족영화로 만들었고 이번 DC영화는 성인영화로 만들었다"고 비교했다. 또 '기생충' '괴물'처럼 장르혼합에 능숙한 한국영화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영화의 마법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적용해 액션, 판타지, 미스터리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했다"고 말했다.


■'프리 가이' '암살자들' 등 다양한 영화 상차림

'데드풀'의 라이언 레놀즈가 주연하고 월트디즈니가 올여름 '블랙 위도우'에 이어 선보이는 '프리 가이'(11일 개봉)도 흥행 기대작이다. 자신이 게임 속 배경 캐릭터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은행원 '가이'가 곧 파괴될 운명에 처한 '프리시티'를 구하기 위해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내용의 액션 블록버스터. 장항준 감독은 "올여름 종합선물세트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2017년 한반도를 충격에 빠트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을 추적한 다큐멘터리도 개봉한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가 선보이는 '암살자들'(12일 개봉)은 촬영과 편집까지 총 3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 두 여성 용의자들의 가족과 변호인단을 설득해 암살사건에 대한 그들의 입체적 해석을 더했다.
라이언 화이트 감독은 "두 여성들의 인생과 본질에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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