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집회 예고에 광화문 상권 '덜덜'…"지난해 악몽 재현될라"
2021.08.08 15:36
수정 : 2021.08.08 15:36기사원문
#.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모씨는 '집회'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지난해 8·15 광화문 집회로 이씨가 근무하는 매장이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어지럽히고 간 매장과 화장실 내부를 청소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이 오는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인근 자영업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집회로 인해 몸살을 앓았던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차 대유행 단초된 8·15집회, 이번엔?
8일 국민혁명당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15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14~16일 사흘간 신고된 서울 도심 집회가 268건에 달하며, 신고 인원이 12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전 목사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차벽은 진실을 막지 못한다"라며 집회 강행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전 목사 측의 엄포에 인근 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집회가 열리면 참가자들의 소란으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입고, 집회 이후에도 광화문에 '집단감염 지역'이라는 오명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단초가 됐다는 지난해 8·15 집회 이후, 광화문 일대 유동인구가 한동안 급감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광화문 인근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는 양모씨는 "지난해 집회 당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참가자들이 매장으로 무턱대고 찾아와 '화장실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난감했다"며 "'화장실이 없는 매장'이라는 팻말을 가게 문 앞에 붙여 놓아도 소용이 없더라"고 말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 때문에 가게 문을 일시적으로 닫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김모씨는 "8·15 집회 이후 광화문 일대가 코로나 확산의 온상지라는 인식이 퍼져 매출의 70%가 급감했다"며 이제야 적자를 회복해 겨우 버티고 있는데 올해 다시 집회가 열린다면 눈앞이 깜깜하다"며 손사래 쳤다.
■"집회 막아도 손님 끊기는 건 같아"
서울시와 경찰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을 고려해 2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나, 자영업자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집회를 차단하기 위해 경력이 동원되고 차벽이 세워지는 것만으로도 영업에 지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약국을 운영하는 50대 송모씨는 "최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가 있었는데 경찰이 배치돼도 소란이 일어나더라"며 "광복절에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면 그 정도가 더 심하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차벽이 세워진다면 기존에 올 수 있는 손님의 발길이 끊긴다"며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는 집회를 강행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한편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울시에서 방역지침이 내려왔고 오는 14~15일 집회를 금지한다는 지침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가 진행되면 경찰도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 박지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