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프간 고위 관료들 "도망친 대통령 체포해야"
2021.08.19 15:16
수정 : 2021.08.19 15:1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붕괴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수도 함락 사흘만에 해외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가니가 국가를 배신했을뿐만 아니라 막대한 공금을 횡령했다고 강조했다.
인도 WION방송에 따르면 비스밀라 칸 모하마디 아프간 전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가니가 “조국을 팔아먹었다”고 적었다.
같은날 타지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사관의 모하마드 자히르 아그바르 아프간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가니가 도피 당시 1억6900만달러(약 1978억원)를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폴이 가니를 공금횡령 혐의로 체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니는 지난 15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진입하기 직전에 가족 및 참모들과 함께 사라졌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니키타 이센코 대변인은 "가니가 정부 붕괴 당시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말했다. 가니는 지난 사흘간 행방이 묘연했으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무부는 18일 발표에서 그가 UAE에 있다고 밝혔다.
가니는 외무부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지난 15일) 대통령궁에 있을 때 보안 요원으로부터 탈레반이 카불까지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탈레반은 카불을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발에서 슬리퍼를 벗고 부츠를 신을 기회도 없이 아프간에서 추방당했다"면서 "UAE 공항에 도착할 때 나는 빈손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민을 팔아넘기고 자신의 목숨과 이익을 위해 도피했다는 말을 믿지 말라"면서 "그런 비난에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가니는 도주한 이유에 대해 "만일 내가 그곳에 머물렀다면 아프간인들 앞에서 교수형을 당하는 또다른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지난 1996년 카불을 점령한 뒤 모하메드 나지불라 당시 대통령을 유엔 사무소에서 끌어내 공개적으로 처형했다. 가니는 자신이 망명할 의사가 없으며, 아프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몰락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협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타지키스탄의 아그바르 대사는 암룰라 살레 제1부통령을 합법적인 아프간 정부 수장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살레는 17일 트위터에다 “아프간 헌법상 대통령 부재, 도피, 사임 혹은 사망 시 제1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 나는 현재 아프간 내에 있으며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이어 정부군 잔존 세력과 저항세력을 결집해 끝까지 탈레반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