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도 없고…다른 사람들도 먹는데 뭐" 밤 10시 술집 문 닫자 인근 공원서 '술판'

      2021.09.12 17:55   수정 : 2021.09.12 17:55기사원문
"빨리 가서 명당잡자."

지난 10일 오후 10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일찌감치 영업을 종료한 음식점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곧장 집으로 향하지 않고, 대부분 먹자골목에서 약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석촌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슷한 시각 석촌호수 인근은 이미 자리를 잡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호수 인근에는 착석을 제한하는 플랜카드가 걸려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착석 제한 끈을 뭉개고 앉아 음주를 즐겼다.


■"다른 사람도 마시고 있다"

강화된 방역지침에 따라 야간 야외 음주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야외서 음주를 즐기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야외 음주 금지 등 행정명령이 발효된 지난 7월 7일부터 지난 9일까지 현장 계도건수는 1만1511건(한강공원 5436건, 청계천 6075건)에 달한다. 이 기간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최소 180건의 야외 음주가 벌어졌다는 의미다. 다만 해당 수치는 서울시 내 도시공원은 포함하지 않아 이를 포함하면 위반 행위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야외 음주를 하는 시민들은 방역 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석촌호수 인근에서 맥주를 마시던 20대 A씨는 "기다리던 주말인데 10시에 끝내긴 너무 아쉽다"며 "갈 데도 마땅치 않아 이렇게라도 간단히 먹고 가려던 참"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동석자도 "솔직히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며 "코로나가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시민 B씨는 "다른 사람들도 다 먹고 있지 않냐"며 "다른 이들도 먹으니 먹는 거다"라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서구 마곡동 인근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주류를 야외에서 마시는 시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 대다수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속타는 상인… 난감한 지자체

이 같은 광경을 지켜보는 인근 상인들은 착잡하고 허탈한 심정이다.

오후 10시 이후 시민들의 술자리가 실내서 실외로 옮겨진 것뿐인데 굳이 음식점 영업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방이동 먹자골목 내 고깃집 사장 C씨는 "10시 이후 저렇게 야외에서 많이 먹는데 우리는 뭐가 되냐"고 반문하며 "단속을 조이든 영업제한을 풀든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자체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지자체마다 매뉴얼을 마련해 단속하고 있지만 인원 부족과 일부 시민들의 비협조 등으로 일일이 계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강공원의 경우 과태료 부과 건수가 166건에 불과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하루에 7명 인원으로 단속을 돌고 있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송파구청은 단속 인력 6명이 교대로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5시간 동안 석촌호수 인근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하루 평균 계도 건수는 100~150건 사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협조해주는 시민도 있지만, 계도를 나가면 욕설을 하거나 반말을 하는 등 무시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며 "'마스크 좀 써주세요'라는 말에 '네'라고 얘기만 해줘도 좋을 텐데,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 서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김준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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