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에 빗댄 제주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특혜의혹 재확산
2021.10.19 14:57
수정 : 2021.10.19 14:57기사원문
[제주=좌승훈 기자] 제주시 오등봉공원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과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등에서 "오등봉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이 ‘대장동 개발 비리와 유사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공세를 취하자, 제주시가 19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갖고 진화에 나섰다.
■ 실시계획 인가 못하면 시장 귀책사유 “일몰 기한 때문”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개발사업이다.
지난 6월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처리해 행정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실시계획 인가와 함께 고시 후 감정평가·토지보상을 거쳐 2023년 착공될 전망이다.
하지만 홍명환 제주도의회 의원이 최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제주시와 사업자가 체결한 협약서를 공개하면서 민간특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협약서에는 ‘2021년 8월 10일까지 실시계획을 인가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실제로 제주시는 약속된 기일보다 40여 일 빠른 6월 28일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에 대한 도시공원 민간 특례사업 실시계획을 각각 인가 고시했다.
■ 수익률 8.9% 보장…원가 오르면 분양가도 오르는 구조
또 실시계획 인가 시점을 포함해 행정 처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이행하거나 위반하면, 제주시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주시의 귀책사유로 공사기간이 연장되면, 해당 기간만큼 사업 기간을 늘리거나 추가 비용에 대해 시가 보상해주는 내용도 담고 있다.
사업계획 변경으로 사업비 조정이 필요하면 분양가 재협의도 가능하게 했고, 시행사가 수익률 8.9%를 보장받도록 했기 때문에 토지 보상 가격으로 사업비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분양가도 오르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이에 대해 19일 성명을 내고 “2016년 '추진 불가' 결정을 번복하고 재추진한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끝도 없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며 “오등봉공원 개발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협약서 내용을 보면 충격적”이라며 “사업 실시계획 인가 날짜를 확정하고, 그 날짜를 지키지 못해 발생한 손해는 제주시장이 책임지게 했다. 또 향후 5년간 상대방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또 “제대로 된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생략하고, 교통체증, 상하수도 처리, 학교 부지, 공원 사유화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된 사항이 없음에도 속전속결로 처리된 이유가 민간업자와 약속된 날짜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 실시계획 인가 못하면 시장 귀책사유 “일몰 기한 때문”
한편 고성대 제주시 도시건설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협약서 내용 중 ‘제주시장 귀책사유’ 부분은 특별한 사유 없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적용되는 것이며, 8월10일을 명시한 사유는 도시공원 일몰기한(8월11일)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협약서는 국토교통부 표준협약안을 기준으로 타 지자체 협약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분석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국장은 이와 함께 “사업자의 초과이익은 100% 무상 기부하도록 하는 등 공공성·투명성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전국적으로 가장 성공적이 모범적인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업 제안 평가에 참여했던 평가위원이 타당성 검증용역에도 참여했다는 ‘셀프 검증’ 의혹에는 “절차적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