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태양광펀드 디폴트 위기②] 유명 유튜버까지 연루된 운용사의 이상한 영업···투자자 피해 가중
2021.11.21 17:37
수정 : 2021.11.21 17:37기사원문
■8억원 규모 금전소비대차 계약···회사는 부도
21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한 결과 개인 투자자 4명은 지난 2019년 6월 태양광업체 청정발전소 관계사인 ‘그린디앤씨’에 총 8억원의 자금을 대여해줬다. 한일퍼스트운용 IB본부 소속 이사 조모씨와 펀드매니저 강모씨 중개로 연 12% 이자 지급 조건에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만기일은 2020년 6월 21일이었다.
하지만 계약을 맺은 지 5개월 만에 회사는 부도 처리됐다. 그린디앤씨는 전라도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태양광업체 청정발전소의 위탁관리업체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조씨, 강씨에게 항의를 했지만 이들 모두 퇴사한 상태다. 이들이 재직했던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일퍼스트운용 관계자는 “강씨가 회사 몰래 꾸민 일”이라며 “당사는 추후에 알았을 뿐, 당시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펀드매니저 개인의 일탈일 뿐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IB본부 이사 조씨 역시 “본인도 강씨에게 속았다”며 강씨 잘못으로 돌렸다.
그나마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린디앤씨가 소유한 태양광펀드 2종 수익권을 원금 대신 받아냈다. 문제는 해당 펀드도 태양광 사업의 부실화로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상태라는 사실이다. 2종 수익권자인 이들 개인은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 펀드의 운용사 역시 한일퍼스트운용이다. 당시 해당 펀드 운용역은 금전소비대자 계약을 주선한 강씨였다.
■자문계약서도 “몰랐다”는데…직인 곳곳에서 발견
이와 관련 한일퍼스트운용은 해당 금전소비대차 계약이 있는 것 조차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파이낸셜뉴스 취재 과정에서 한일퍼스트운용과 투자자 간 맺은 자문계약서가 확인됐다.
자문계약서는 2019년 6월 21일 작성된 것으로 갑에는 피해자들 이름이, 을에는 한일퍼스트운용 주식회사가 명시됐다. 해당 계약서 곳곳에는 한일퍼스트운용 대표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다.
계약서에는 한일퍼스트운용이 투자자 4명에게 5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자문수수료를 받고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알선했음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갑’은 ‘을’이 자문한 운영자금 대여에 관한 자금약정을 체결하고 조달된 자금을 최초로 인출하는 날 을에게 본건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500만원의 금원을 을이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회사 직인이 찍혀있는 것과 관련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추후에 안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자문계약은 서울 여의도 한일퍼스트운용 사무실에서 진행됐다는 게 투자자들 증언이다. 계약서 작성 당시 한일퍼스트운용에 재직했던 조씨와 강씨가 동석하기도 했다.
한 투자자는 “조씨와 강씨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했다”면서 “무엇보다 한일퍼스트운용에서 대절한 차를 타고 전남 곡성까지 가서 태양광발전소 시설까지 둘러봤는데, 운용사가 몰랐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일퍼스트운용, 부동산 전문 방송인 조씨 영입도 '논란'
한일퍼스트운용이 자산운용업계 업력도 없는 조씨를 파격적으로 IB본부 이사로 발탁한 점도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사모펀드 운용사가 조씨의 유명세와 영업력에 기대 투자자를 끌어모으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일퍼스트운용이 조씨를 영입한 것은 2019년 4월 말이었다. 조씨는 유튜브, 여러 경제 채널에서 부동산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조씨에게는 부동산 투자 관련 수업을 들으려는 ‘제자’들이 있었다.
조씨가 이들과 일주일에 한 번 강의 목적의 모임을 가져왔다는 게 제자들(투자자) 측 주장이다.
이들 제자 중 일부가 조 씨의 소개로 그린디앤씨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게 됐다.
이들 투자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조씨)이 적극적으로 해당 상품을 안내했다”면서 조씨의 적극적인 상품 안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씨는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던진 상품 소개를 듣고 투자자들이 소개 받기를 적극 원했다”고 말했다.
양 측 주장이 다소 엇갈리지만 결과적으로 조씨 소개로 투자자들이 한일퍼스트운용을 찾은 셈이다. 한일퍼스트운용이 방송인이자 유튜버인 조씨 유명세를 이용해 자문계약과 함께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진행한 점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한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운용 업력도 없는 방송인을 자산운용사에서 영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해하기 어려운 영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씨는 해당 회사로 영입된 지 5개월 만인 그해 9월 말께 회사를 퇴사했다. 한일퍼스트운용 측이 100억원 규모 블라인드펀드 조성을 위해 무리한 투자자 모집을 요구해 회사를 나왔다는 게 조씨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일퍼스트운용 측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조씨를 의원면직 처리했다.
■디폴트 위기에 놓인 한일태양광펀드
2019년 6월 설정된 한일퍼스트운용 태양광펀드의 만기는 2022년 7월이다. 앞서 2018년 설립된 청정발전소 지분을 매입 후 되팔기 위한 목적의 펀드다. 해당 펀드의 1종 수익권자는 신한캐피탈, 2종 수익권자는 그린디앤씨의 부도로 수익권을 넘겨 받은 개인투자자들이다.
현재 태양광발전소의 수익성이 저조해 태양광펀드 엑시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재매각 불발로 청산이 연기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 수익권자들 원금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해당 펀드의 운용사인 한일퍼스트운용 관계자도 "태양광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펀드의 엑시트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하며 "1종 수익권자인 신한캐피탈에 제대로 배당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투자자들이 지난해 7월 민원을 금감원 측에 접수한 만큼 금감원도 이 사건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한일퍼스트자산운용 및 해당 민원 관계자 등에 대한 검사가 실시되지는 않았으나, 향후 위법 사항이 적발된다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kim@fnnews.com 김경아 서혜진 김현정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