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레서', 인생은 계속 되어야 한다
2021.12.06 15:12
수정 : 2021.12.06 15:12기사원문
2차 세계대전으로 그가 사는 도시 위에, 그리고 그의 연극이 오르는 극장 위에 언제 포화가 터질지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극단주이기도 한 그에게 연극은 삶을 이어가는 생계 수단이기에 오늘의 공연을 꼭 지켜내야 한다.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동료들의 삶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하루하루 무대를 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함께 했던 배우들이 떨어져 나가고 최소의 사람들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어느 날 아침 그의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의 동료이기도 한 아내는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일같이 분장실에서 그의 의상을 챙겨오던 노먼은 관객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며 예정대로 공연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먼에게 있어 보잘것 없는 자신의 삶의 존재이유는 바로 이 '드레서'라는 직업이다. 그렇기에 더욱 공연이 멈춰선 안 된다.
매일같이 읊어왔던 첫 대사부터 가물가물하고 패닉이 찾아오는데 공연 5분 전엔 공습경보까지 울린다. 그래도 여차저차 무대에 오른다. 노배우는 생의 마지막 힘을 다해 227번째 리어왕으로 분한다. 노먼은 그를 위해 끝까지 돕는다.
지난 1980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초연된 연극 '더 드레서'가 1년만에 다시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중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면서 예정됐던 48회의 공연 중 절반을 채우지 못하고 종연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주인공 '선생님' 역에 배우 송승환이 지난 시즌에 이어 단독으로 캐스팅됐고, 의상 담당자 노먼 역에 배우 오만석과 김다현이 캐스팅돼 번갈아 송승환과 합을 맞추고 있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60대 중반으로 거장 배우의 반열에 오른 송승환이 직접 선택한 이 작품을 보면 배역 너머 실제 그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비춰지면서 동시에 각자의 삶 또한 돌아보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주어진 인생의 완성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의 눈물나는 분투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공연은 2022년 1월 1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