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물 5520만t 쏟아내고… 포스코 ‘포항 1고로’ 48년만에 은퇴

      2021.12.29 17:44   수정 : 2021.12.29 17:55기사원문
우리나라 철강 역사의 시작점이자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던 '민족 고로' 포스코 포항 1고로(용광로)가 48년6개월여만에 멈춰 선다. 포스코는 1고로를 뮤지엄으로 개조해 문화공간으로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로 했다.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김학동 사장, 이시우 안전환경본부장, 양원준 경영지원본부장, 남수희 포항제철소장, 이덕락 기술연구원장, 포스코 노동조합 및 노경협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고로 종풍식을 가졌다.

종풍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는 것을 말한다.

지난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는 3년 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에서 처음 쇳물을 생산했다.
1고로의 준공으로 대한민국은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조선, 자동차, 가전 등 국내 제조업이 단기간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만든 경제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국가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공로를 인정 받아 포항 1고로는 '민족 고로' 또는 '경제 고로'로도 불려왔다. 철강협회는 국내 최초·최장수 고로로서 포항 1고로의 상징적 의미를 기념하며 첫 출선일인 6월 9일을 '철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포항 1고로가 반세기 가까이 생산해 낸 쇳물의 양은 총 5520만t에 달한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대, 인천대교 1623개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내용적 1660㎥의 소형 고로인 1고로는 최근에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해 생산성이나 조업 안정성에 있어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지만, 포스코는 다년간 축적된 제선 기술을 바탕으로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해서 연장해 왔다. 1993년 2차 개수를 마지막으로 1고로의 설비 수명은 한계에 도달하게 됐고 29일 마지막 출선을 끝으로 긴 여정을 마치게 됐다.


포스코는 향후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고려해 고로 내부를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개조해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또 1고로 종풍에 따라 연간 100만t 가량 감소하는 출선량을 만회하기 위해 남아있는 8개 고로의 연원료 배합비 개선을 추진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연계 산업에서 철강 수급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첫 출선 당시 고 박태준 명예회장께서 직원들과 함께 1고로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눈물 흘리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종풍을 맞이 하게 돼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