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막대기 살인' 사건 관련 사실관계 여부 확인중"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에서 발생한 막대 살인 사건 관련해 경찰의 초동 대응에 대한 지적을 두고 사실 관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 살인범죄를 인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현재는 국민의 관점에서 미비점이 있었는지 여부 확인을 위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A씨는 지난달 31일 직원을 플라스틱 막대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12월 31일 오전 2시10분께 "누나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A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A씨와 피해자 B씨밖에 없었다.

당시 술에 취한 A씨는 현장 출동 경찰관에 "누나가 맞고 있다는 내용으로 신고한 적이 없다", "어떤 남성이 들어왔는데 현재 도망쳤다"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을 수색한 경찰은 피해자 B씨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을 확인하고 잠이 든 것으로 판단했다. 또 혈흔 등 범죄 정황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B씨에 대해 "이번 사건과 상관이 없는 사람이고 술에 취해 잠 들어 있으니 건들지 말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려고 하자 "보여주기 싫다. 내가 직접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이 같은 진술을 듣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A씨는 약 7시간 뒤인 오전 9시 5분쯤 "자고 일어나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신고했고,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출동한 경찰에 "B씨와 함께 술을 마셨는데 B씨가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이를 말리다가 폭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 출동했을 때는 범행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그냥 술 취해 자는 것으로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총 6명으로, 잠든 채 누워있는 B씨를 확인하고 이불을 덮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이 CCTV 상으로 봐서 잠을 깨우는 식으로 옷을 덮어주는 등 상황을 봐서 잠들어 있는 사람에 대한 인지를 명확하게 한게 아닌가 확인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는지 여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e-mail]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