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띠 박병호 이정후의 ‘동상이몽’

      2022.01.03 13:54   수정 : 2022.01.03 13: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0년은 경인년 범띠 해다. 박병호(36·KT)에겐 고난의 한 해였다. 프로야구 입단 6년 차. 그동안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범띠 해를 맞아 재차 각오를 다졌다. 역시 주머니를 뚫고 나오지 못했다.


LG 선수였던 박병호는 2010년 1할 대(0.188) 타율에 홈런 7개를 기록했다. 경기 출전 여부도 늘 위태위태했다. 다음 해 7월 예상치 못한 일이 박병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LG에서 넥센(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

넥센의 박병호는 LG 때와 180도 달라졌다.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꿰차지 못하던 선수가 일 년 만에 MVP로 변신했다. LG에서 통산 24개 홈런을 때렸는데 2012년 한 해만 31개를 터트렸다.

이후 KBO리그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 5차례 홈런왕, 마침내 메이저리그(미네소타 트윈스) 무대까지 밟았다. 선수 생활 두 번째 범띠 해를 맞은 박병호는 또 한 번 팀을 옮겼다. 이번엔 키움에서 KT.



박병호는 최근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를 겪고 있다. 2021시즌 20개 홈런을 때려냈으나 타율은 0.227로 기대에 못 미쳤다. FA 시장에 나온 범띠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다행히 KT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타이밍이 또한 절묘했다. 박병호는 2005년 LG에 입단했다. 바로 전 해 LG는 우승했다. 지난 해 우승 팀은 KT다.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우승이다. 두 차례 MVP와 메이저리그 경력에 빛나는 박병호지만 아직 우승 반지가 없다. 선수생활 막바지에 우승 할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한 건 행운이다.

그와 띠 동갑 이정후(24·키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정후는 지난 해 타격왕에 올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다. 범띠 해인 올 해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그러나 팀 사정은 엉망이다.

홈런타자 박병호를 잃었지만 마땅한 보강은 없다. 외국인 선수 쪽도 살얼음판이다. 요키시를 붙잡긴 했으나 40만 달러의 헐값에 데려온 타일러 에플러의 기량은 의문이다. 에플러는 3일 현재 계약한 외국인선수 가운데 가장 저렴한 몸값이다.

100만 달러를 투자한 야시엘 푸이그는 화려한 경력에 비해 태도나 사생활 면에서 상당한 불안 요소를 지녔다. 팀에 잘 녹아드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성폭행 혐의까지 받고 있다.

개인 기량에선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이정후지만 팀 사정은 딴판이다. 키움은 최근 2년 동안 가을 야구에 턱걸이 해왔다. 그러나 올 해엔 장담 못 한다. NC(7위)와 KIA(9위)의 기세가 사뭇 등등하다.

준우승을 차지한 2019년만 해도 키움은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정후-박병호-샌즈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상위 타선을 보유했다.
홈런 28개 113타점을 기록한 외국인 타자 샌즈와 홈런 33개 98타점의 박병호 콤비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몰랐다.

2022년은 임인년 범띠 해다.
86년 범띠 박병호는 첫 우승을 꿈꾼다. 98년 범띠 이정후는 어떤 소망을 품고 있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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