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신속항원검사 줄 섞이고, 동네병원 "내일부터"… 대혼란
2022.02.03 18:24
수정 : 2022.02.03 18:24기사원문
"신속항원검사가 미덥진 않은데 별수 없죠."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던 이모씨(37)가 말했다. 최근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최씨는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이 나와도 개운치 않을 거 같다"고 푸념했다. 그는 "나중에라도 확진 판정을 받으면 민폐가 될 텐데 검사는 좀 정확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대폭 변경되면서 일부 현장에선 혼란과 불평이 잇따르고 있다. 선별진료소에선 신속항원검사에 대해 불신하는 시민들이 속출했다. 동네 병·의원에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왔다가 헛걸음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검사 체계가 신뢰받지 못하면 방역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라진 코로나 검사…"위양성 나올까 불안해"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부터 PCR검사는 60세 이상 고령자와 밀접접촉자 등 고위험군만 받을 수 있다. 이외 의심환자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후에만 PCR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음압시설이 갖춰진 전국의 호흡기전담클리닉 428곳 중 391곳과 동네 병·의원 343곳에서도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가능하다.
이날 오전 방문한 서울역광장 선별진료소에서는 100명 넘는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신속항원검사와 PCR검사를 구분하는 줄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각 검사를 받기 위해선 1시간가량 기다려야 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신속항원검사 결과는 약 1시간 후 나온다. 이 때문에 검사를 받은 후 인근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혹시나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이 나오면 다시 PCR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최모씨(39)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갈 곳이 없어 막막하다"며 "집에 가기는 시간이 애매하고 카페에서 대기하다가 양성이 나오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운영된 서울 종로구 한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선 '위양성(가짜 양성)' 판정이 염려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나온 송모씨(42)는 "신속항원검사로 인한 '가짜 양성' 사례도 있다는데 내가 오진을 받으면 억울할 거 같다"고 전했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에도 PCR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사례가 전체의 23.9%라고 밝힌 바 있다.
■감염병 전문가 "위음성 사례 방역에 악영향 끼칠 것"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날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200여곳의 병·의원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동네 병·의원을 통한 코로나19 진단 체제가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으나 정작 이들 시설에는 아무런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답답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일부 병·의원에는 코로나19 검사 의료기관을 확인하지 않은 시민들이 방문했다가 헛걸음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서울 중구 한 이비인후과 관계자는 "아침부터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많은데 안된다고 안내했다"며 "인근 병·의원에서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한 내과 관계자는 "병·의원 진단과 관련해 뉴스를 통해서 소식을 들었을 뿐 구체적인 지침은 받지 못했다"며 "앞으로 진단검사를 진행하다가 양성인 환자가 나오면 병원을 폐쇄해야 할 텐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속항원검사에 의존한 검사 체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항원검사로 위음성 결과를 받은 확진자가 백신패스를 받아 일상생활을 한다면 코로나 확산세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당장이야 PCR검사 수가 감소해 신규 확진자가 줄 수 있지만 이는 실제와 오차만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중증환자를 줄이기 위해선 신속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는데 검사 절차가 추가돼 현장 혼란이 커졌다"면서 "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