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감독 인력 부족… 800명이 사업장 2만3천곳 관리

      2022.02.13 18:44   수정 : 2022.02.13 19:27기사원문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불과 3주 만에 법 시행 준비의 사각지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삼표산업과 요진건설산업, 여천NCC 등 3곳이 중대재해처벌법 수사를 받고 있는데 잇따른 법 시행에 맞춰 사고예방을 담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의 75%는 법 적용이 유예되거나 제외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인력 부족과 법의 사각지대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 예방 전문인력 부족

13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고용부 산업안전감독관 정원은 814명으로 배정됐다.
현재 정원의 90% 이상을 채웠지만 나머지 인력은 3월 말이 돼야 충원이 된다. 또한 산업안전 관련 포렌식 인력은 전국에서 1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안전감독관은 현장의 점검 및 감독, 산업재해 조사 등을 담당하는 전담인력이다. 처벌보다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상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사업장 2만3000여개를 선제적으로 지정, 특별관리에 들어간다. 사후대응보다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800여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2만개 넘는 고위험 사업장을 감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지청들로부터 지원이 필수다. 지난 11일 발생한 전남 여수산단 폭발사고 현장에는 여수지청을 비롯한 지방청들이 수사 지원에 나섰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에 비하면 사실 절반 정도의 수준이지만 우선 있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계기가 있기 때문에 감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사업장 사각지대 우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는 대체적으로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관련 법의 처벌 강도가 높고 기업의 준비 부족을 고려, 현재 적용대상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공사)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관련 법이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노동자 1명 이상이 숨진 사망사고는 총 12건으로 집계됐다. 중대재해처벌법 표적이 된 대형사고 사업장 3곳을 제외한 75%가 법 적용 사각지대인 소형사업장인 셈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영세사업장의 어려움 등을 고려, 2024년 1월까지 적용이 유예된 바 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사고가 발생하는 소형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반면 관련 법 적용을 받는 기업에 대한 법의 실제 적용 및 집행 가능성도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대상이 된 삼표산업이 안전의무 소홀로 '1호 처벌'을 받을지 주목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첫 수사이다보니 따져봐야 할 것들이 많다"면서 "1호라는 타이틀 때문에 재계에서도 결과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현재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하고, 이종신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받는다. 위반 정도에 따라 1년 이하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다만 법원의 판단은 고용부와 다를 수 있다. 고용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입건한 뒤 검찰 송치를 거쳐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삼표산업은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광장을 통해 법적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잇따른 사고에 기업들의 법률자문 구하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고가 계속 나고, 언론에 보도될수록 로펌으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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