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회복 골든타임 5년 남아… 전문가 "현금지원 늘려야"

      2022.02.16 18:11   수정 : 2022.02.16 18:11기사원문
#1. 직장인 김상훈씨(44)는 지난 1월 1일 셋째아이를 낳았다. 덕분에 올해부터 영아기 집중투자 정책으로 시행하는 첫만남이용권과 영아수당 대상자가 됐다. 김씨는 "건강보험료 기준 때문에 산후도우미 지원을 못받게 됐는데, 첫만남이용권을 도우미 고용에 사용할 것"이라고 반겼다.



#2. 올해 출산 예정인 이모씨(32)는 정부가 올해부터 지원하는 '육아휴직 3+3' 제도 신청을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체력적으로 남편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공동육아 차원에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일환으로 영아기 집중 투자 사업을 시작했다. 관련 예산만 4조1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저출산 관련 예산 효과가 낮다는 우려 속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민체감도가 높은 현금지원 사업 예산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인구변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예산 투입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주출산연령' 1990년대생이 온다

1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5년이 출산율 회복의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1950~1964년생)의 자녀들인 1990년대생들이 주출산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정부의 가족계획 폐지로 연간 출생아 수가 일시적으로 70만명에 달했다. 이들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주출산연령대로 들어오면서 앞으로 5년이 출산율 회복에 중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기간이 지나면 IMF(외환위기)와 2001년 초저출산 시기에 태어난 인구가 주 출산연령대로 들어온다"며 "앞으로는 출산연령대의 절대적인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은 이런 대상자들의 특성에 맞춰 일과 양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책에 초점을 뒀다.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의 비전 아래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함께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두돌 전까지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는데, 먼저 아기의 생후 1년 내 부모 두 사람이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3개월까지 한 사람당 최대 75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출생 후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첫만남이용권 200만원을 지급하고, 두돌 전까지 월 30만원의 영아수당을 지급한다. 기존에는 1년간 최대 372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최대 488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출산율 1.5명 이상인 독·프·스…현금지원 결과?

영아기 집중지원은 가족지출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가족지출은 실제로 육아와 출산 등에 소요되는 정부지원을 의미한다. 아동수당을 비롯한 영아수당, 보육료 지원 등이 해당된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1%를 가족지출에 투자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영아기 집중투자 도입 후에도 가족지출 수준은 GDP 대비 1.6% 수준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저출산대책의 효과를 논하려면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 2017년 아동가족지출 투자(OECD 기준)는 GDP 대비 1.1% 수준이었다. 반면 OECD 평균은 2.1%를 아동가족지출에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저출산 관련 예산 내에서도 현금지원 사업 비중은 2017년 OECD 평균이 50%에 달하지만 한국은 2020년 33% 수준밖에 안됐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양한 직간접 예산을 전부 저출산 예산으로 합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는 주거, 고용 분야 예산과 아동가족지출을 분리해 별도 관리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저출산 예산 46조7000억원 가운데 아동가족지출은 약 18조원(38.5%)으로 주거(49.2%) 등 다른 간접예산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우리나라의 현금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은 GDP 대비 가족지출비율이 각각 2.2%, 2.9%, 3.4%에 달한다. 그 결과 합계출산율은 독일이 1.6명(2016년), 프랑스가 2.02명(2010년), 스웨덴이 1.98명(2010년)을 기록했다.

■"저출산 대책 없었으면 0.7명 이하로 추락"

한국이 그동안 펼쳐온 200조원의 현금성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가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합계출산율은 2005년 1.5명에서 2016년 0.73명 수준까지 대폭 하락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 교수는 현금지원 정책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닐 수 있지만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급)대상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현금 지원보다 서비스 지원이 낫다고 이야기할 순 없다"며 "특히 중상위계층의 경우 출산지원금 등이 (출산율 제고에)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가 했던 현금지원이 무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떨어지는 혼인율 등 청년정책, 주거정책 등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9년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출산율 안정화 정책의 경우 가족정책뿐 아니라 주거, 보건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여타 정책도 간접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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