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전시된 공원, 동굴에 만든 수족관… 평범한듯 특별한 대전

      2022.03.18 04:00   수정 : 2022.03.18 04:00기사원문
저 들러야 할 곳은 한국족보박물관이다.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을 정리한 책자로, 이름과 자(字), 호(號)는 물론 관직과 봉호(封號), 심지어 묘가 있는 곳까지 상세히 기록한다. 가계의 흐름을 이처럼 방대한 기록으로 남긴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이 공적 기록이라면 족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기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족보는 무엇일까. 처음 책으로 만든 족보는 문화 류씨의 '영락보'라는데 실물이 전해지지 않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족보는 1476년 간행한 안동 권씨의 '성화보'다. 그러나 광개토대왕릉비에 시조 주몽부터 광개토대왕에 이르는 왕실 계보가 기록돼 있어 우리네 가계 전승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6개 전시실로 구성된 한국족보박물관에는 족보 탄생과 제작법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아이들을 위해 만화와 영상으로 족보를 쉽게 소개하는 기획전시실도 볼만하다.

족보에 대해 배웠다면 이젠 '나의 뿌리'를 찾아 떠날 시간이다. 뿌리공원의 상징과도 같은 성씨 조형물을 설치한 산책로는 한국족보박물관 3층 출구와 연결된다. 산책로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조형물 가운데 자신의 성씨 조형물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공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우리나라 모든 문중의 조형물을 설치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예술 작품처럼 모양도 크기도 제각각인 성씨 조형물은 그 자체로 훌륭한 볼거리다.

산책로가 끝나는 삼남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일품이다. 1997년 개장할 당시 충주 박씨와 양천 허씨 등 72개에 불과하던 성씨 조형물은 25년이 지난 지금 244개로 늘었다. 자신의 성씨 조형물을 만나지 못했다면 뿌리공원 홈페이지에서 아쉬움을 달래자. 공원에 조형물로 설치한 성씨 외에 1028개 성씨의 유래를 상세히 정리했다.

유등천을 따라가는 강변 산책로도 뿌리공원의 자랑이다. 잔디광장을 크게 도는 이 길에 '효심소원돌'이 있다. 대대로 장원급제자를 배출한 문중에서 기증했다는 효심소원돌은 영천의 돌할매처럼 돌이 들리지 않아야 소원이 이뤄진다니 재미삼아 도전해도 좋겠다.

곳곳에서 만나는 따뜻한 문장은 이곳이 효를 주제로 꾸민 공원임을 다시 일깨운다. '아픈 데는 없니?' '엄마는 걱정하지마' '너희가 잘사는 게 효도야' 같은 문장들이다. 어제도 들었고 오늘도 들었고 내일도 듣겠지만, 언제나 가슴 한쪽이 아려오는 이 문장들이야말로 뿌리공원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다. 뿌리공원 운영시간은 오전 6시~오후 10시(연중무휴), 한국족보박물관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이며, 두 곳 모두 이용료는 없다.

만성교를 사이에 두고 뿌리공원과 나란히 자리한 한국효문화진흥원은 나의 뿌리 찾기로 시작한 여행을 효라는 최종 목적지로 이끄는 마침표 같은 곳이다. 특히 5개 전시실을 갖춘 효문화체험관은 체험형 전시물로 꾸며 아이들도 효의 의미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다. 링컨, 나폴레옹, 정조, 이순신 등 위인과 관련된 효 이야기, 아버지를 지게에 모시고 금강산에 오른 이군익 선생 이야기, 조선 철종 때 효자 도시복 이야기는 아이들과 찬찬히 읽어볼 만하다. '효 나눔실'에는 녹내장·백내장 안경과 특수 복장을 착용하고 노화를 체험하는 시설도 있다.

아이들과 나선 봄나들이에 놀이동산이 빠지면 섭섭하다. '오!월드'는 중부권 이남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종합 테마공원이다. 후룸라이드와 슈퍼바이킹 같은 놀이 기구, 호랑이와 재규어 등 맹수가 있는 주랜드, 버스를 타고 아프리카 밀림을 체험하는 아프리카사파리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주랜드에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동물 먹이주기를 진행한다. 먹이 앞에서 본능을 드러내는 맹수의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놀이기구를 타고 육상동물을 만난 뒤에는 물속에 사는 친구들을 만날 차례다. 대전아쿠아리움은 방공호로 활용하던 대전 도심의 천연 동굴을 수족관으로 만들었다. 한국관, 아시아관, 아마존관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수족관에 물범과 MBU복어, 김나르쿠스 같은 희귀한 물고기가 있다. 최대 5m까지 자라는 웰스메기와 온몸이 눈처럼 하얀 알비노 샴악어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사적인 인물과 관련된 곳이면 더할 나위 없을 듯싶다. 단재 신채호 선생 고향이 대전 중구 어남동이다. 마침 한국족보박물관 기획전시실의 '독립운동가 성씨별 인물 21인'에서 선생에 대해 접했으니, 아이들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단재 선생은 열아홉 살에 성균관에 입학해 스물여섯에 성균관 박사가 됐으며 을사늑약 후에는 조선의 독립을 위해 계몽운동과 언론 활동에 헌신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 생가지에 선생이 여덟살 때까지 살던 집을 복원했다.
안채와 곳간채, 선생의 동상을 전시해 놓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