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할래요. 돈 많이 주잖아요" 저숙련 일자리 사람들이 떠난다

      2022.03.28 16:22   수정 : 2022.03.28 16: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수요 폭증으로 배달업 종사자들이 이전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요식업과 미용업 등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직종에서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일부 직업군의 숙련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운수창고업 종사자 폭증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운수창고업 취업자수는 지난달 16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13만5000명(8.8%) 증가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수는 7개월째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운수창고업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 되면서 택배기사·배달라이더의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업 종사자들이 일터로 삼고 있는 배달 앱 등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배달 앱의 매출이 지난 2020년 대비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4분기 대비 지난해 4·4분기 배달앱 매출은 무려 178%나 뛰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몸 값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배달대행업체 바로고, 생각대로 등은 배달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가량 인상했다. 수수료 인상으로 수도권 평균 배달료는 5000~6000원 수준으로 올랐다. 악천후나 피크 타임 배달, 장거리 배달의 경우엔 할증 적용으로 최대 7000~9000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최근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관련 요금제를 개편하고 프로모션 중단에 나서면서 배달 종사자들의 수익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소위 '수익 인증'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는 '수입 월 500만원, 30대 배달대행기사의 하루'와 같은 영상이 조회수 65만회를 기록했고, '최소 월 300이상은 벌 수 있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배달기사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하루 동안 수익 66만원을 올렸다는 글이 등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요리, 미용 등 인력 이탈 심화
문제는 배달업 종사자가 늘어날수록 타 직업군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저숙련·저임금 종사자들이 많은 분야에서 이탈자들이 늘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한 식당에서 주방 업무를 맡다가 퇴사한 뒤 배달 라이더에 종사하는 변모씨(27)는 "호텔조리학과를 나오고 일을 한지 벌써 3년이 지났지만 동년배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있어 지난해 퇴사를 했다"며 "배달을 시작한 뒤로 꾸준히 월 350이상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모씨는 "최근 인턴 디자이너 2명이 승격 시험을 앞두고 '배달 기사'가 되겠다며 미용실을 관뒀다"며 "새로운 인턴을 뽑는데, 남자 인턴을 뽑기 너무 어렵다"고 전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숙련직 종사자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전씨는 "헤어디자이너 업종 특성상 일정 시기만 기다리면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포기를 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이후 사회의 디지털 전환 수요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배달앱의 탄생으로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배달대행 같은 추가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며 "기존 저임금 노동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인기를 받지 못하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유용하도록 정부에서 길을 터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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