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장기화에…저렴한 자동차 점점 사라진다

자료사진 2022.4.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카플레이션' 현상 장기화와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높은 차종 비중 확대로 저렴한 자동차를 구매하기가 점점 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1일 발표한 '산업동향 보고서-저렴한 자동차가 희귀해진다'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각국 신차와 중고차 가격 고공행진의 원인인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소재가격 급등 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쟁 장기화 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Ne), 팔라듐(Pd) 공급,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공급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대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이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요 완성차 기업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등 생애 첫 차종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차종 대신, 수익성이 높은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전기차 생산비용 저감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기업들이 프리미엄 전기차로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수익 확보에 집중하는 것도 저렴한 자동차를 구매하기 힘들어지고 있는 이유로 꼽혔다.

전세계적 환경 규제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완성차업체들의 비용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차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에 더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전세계적 인플레이션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공급과 수요의 간극 속에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저렴한 자동차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가운데 특정 세대·소득 계층의 구매력이 급감하면 생계 수단으로서의 차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자동차 구매여력 변화에 대응해 차 관련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는 한편, 자동차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줄었지만 고급 차량 수요 증가로 신차 평균 판매가격이 4000만원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