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犬 시점' 히어로의 일기 ①
2022.05.02 07:30
수정 : 2022.05.02 09:34기사원문
■아빠는 나의 히어로 "새벽 응가 고마워요"
오늘도 아빠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꼭 기도를 들어가기 전에 나를 어지럽게 흔들고 밀치고 하면서 나를 못살게 군다.
한 가지만 제외하고는... 오줌만 조금 이상한 자리에 싸면 꼭 대나무 회초리 들고 히어로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고함을 지르는 통에... 이거 정말 이러다가 애완견 한 마리 졸도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엄마는 회초리만 없으면 정말 좋은데, 나오는 오줌을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지 참...
역시 아빠는 틀림없이 기도 후에 나를 데리고 새벽 응가를 시켜주셨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팔각정 기둥에 오줌을 싸고 화단에 올라가서 응가를 아주 시원하게 하였다. 그런데 한국은 영 길도 그렇고 화단도 그렇고 잔디는 없으면서 너무 더러워서 응가하기가 불편하다. 미국이 수세식에 비데가 있는 히어로 응가실이라고 하면 한국은 시골의 푸세식이 맞는 표현이 될 거 같다. 그래도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나니 낮에 아무도 없을 때 잠도 잘 오고 몸도 가볍고 참 좋은 것 같다. 고마운 아빠다.
■전망 좋은 집에서 '나만의 오후'
오늘 아침 1층 경비실 앞에서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갑자기 짖어버렸더니 여자가 질겁해서 아빠가 정말 민망해 했다. 나는 왜 이렇게 여자나 애들만 보면 짖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아침에 아빠는 출근을 하면서 내가 예쁘다고 갑자기 아랫목을 꽉 쥐는 통에 숨이 막혀서 잠시 혼이 났다. 영 숨이 가빠서 켁켁거렸더니 엄마가 놀라서 아빠를 뭐라고 해버려서 아빠는 핸드폰을 두고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근데 누나하고 형은 어디를 가는지 통 얼굴을 볼 수가 없네. 잠시 외출을 하는거 같이 나가더니 둘 다 사라져 버리고 영 히어로를 잊어버렸나 보다.
엄마는 친구들 만난다고 나가셨다. 그래도 요즘은 엄마가 나가면서 베란다 문을 약간 열어놓고 나가 볼일을 화단에 보니 체면이 조금 서는 거 같다. 마루에, 소파에, 부엌에, 화장실 앞에, 아빠 이불에, 기도방에 돌아다니며 숨어서 쉬와 응가를 하니 히어로 체면도 영 말이 아니고 엄마의 대나무 회초리가 무서워서 변비가 오려고 한다.
■세상에 없던 달콤함, 아이스크림을 처음 만난 밤
이제는 나도 나만의 시간이 왔다. 참으로 전망이 좋은 집이다. 멀리 한강도 보이고, 이제 막상 봄이 되니 기온도 아주 포근하고, 견디기 좋은 계절이 온 거 같다. LA와는 영 다른 기후가 맘에 쏙 드는데, 겨울이 어떨지 모르겠다. 어째 한국에 오니 털이 더 빠지네. 엄마 아빠가 매일 청소를 하는데 민망하다. 어제 밤에는 갑자기 아빠가 “히어로야, 우리 라 페스타 가자” 하면서 엄마와 함께 나갔다. 그런데 이상한 아이스크림을 두 분이 드시다가 조금 주셨는데, 우엥! 세상에 그리 맛이 있는 음식이 다 있었나? 너무 맛있어서 더 먹으려고 하는데, 엄마가 설사를 한다고 그만 주라고 하니 섭섭했다. 그래도 뭘 먹을 때는 아빠 옆에 있어야 국물이라도 있지 엄마는 국물도 없다. 아빠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떼서 주시는 분이라 식사 시간에는 정말 존경해야겠다.
■저녁엔 아빠가, 새벽엔 엄마가 드르렁~ 누나가 그리워
해가 지려고 한다. 오늘도 엄마와 아빠는 밤이 되어야 들어오시나 보다. 해가 지고나면 집이 어두워져서 기분이 상한다. 컴컴한 집에 엄마와 아빠가 오실 때까지 혼자서 슬리퍼나 뜯으면서 기다리려고 하면 눈이 영 돌아 버리겠다. 배도 고프긴 하지만 이제는 히어로 밥은 싫다. 생선도 맛있고, 누룽지도 맛있고, 멸치도 맛있고, 소시지도 맛있고, 특히 바삭바삭 셈베이는 정말 히어로를 죽이는 맛이다. 근데 고구마 삶은 것은 엄마가 종종 주시는데 목이 너무 막혀서 먹기가 곤란하다. 요즘은 히어로 밥 대신에 다른 것을 많이 먹었더니 응가에서 냄새가 너무 지독하다. 내가 맡아도 정말 심하더라. 히히.
누나가 있을 때는 누나와 둘이서 침대에서 자니 편안했는데 엄마, 아빠와 함께 자려고 하니 내 자리가 영 좁아서 답답하다. 특히 아빠가 자기 전에 꼭 나를 겨드랑이에 강제로 끼우고 잠을 청하시는데 코고는 소리도 시끄럽고 또 이불 속에서 가스를 풍기는 통에 내 코가 거의 다 썩어 버렸다. 좀 나가려고 하면 용케도 알고 더 꽉 껴안아버리니 숨도 차고 냄새도 나고... 초저녁에는 아빠가 코를 골고 새벽에는 엄마의 코가 천둥을 치고.. 그래서 나는 항상 낮에 많이 자둬야지 밤에는 잘 수가 없다.
어서 엄마, 아빠가 들어오셔야 간식이라도 주실껀데, 누나가 없으니 햄도 없고, 산보를 하고 오려고 해도 나갔다 와서 발을 씻을 생각을 하면 기절을 할 것 같다. 아빠는 힘이 세서 두 발을 꽉 쥐고 비누칠을 해대면 난 완전 고문을 당한다. 그리고 간혹 아빠가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아구구.. 난 보신탕이 되는 줄 알고 눈알이 다 튀어나오고 말아버린다. 누나야~형아야~ 불쌍한 히어로 좀 살려줘. 난 이번에 나올 때 리 엔트리도 없이 나왔는데, 이민국에서 재입국을 시켜주지 않으면 어쩐다.
■장난꾸러기 아빠, 알다가도 모르겠네
이제 오늘도 해가 지는구나. 화단에 꽃은 많이 피어있는데 밝을 때 봐주는 사람은 없고, 히어로가 오줌 비료만 잔뜩 주는구나. 아참 오늘 아침도 아빠와 함께 응가를 하러 나갔는데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갔더니 거울이 한 개 있는 거야. 아니 그 속에 웬 이상한 녀석이 나를 잔뜩 긴장해서 노려보고 있어서 크게 짖었더니 이놈은 더 크게 짖는 거야. 엄청 자존심도 상하고, 겁도 나고, 보기도 싫고, 해서 그냥 돌아서 가는데 아빠는 자꾸 그놈 앞으로 나를 끌어다 놓고 싸움을 시키는 거야. 참으로 아빠는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다. 꿈에 그놈이 보일 거 같아. 우황청심환을 한 개 먹어야 또 높이뛰기를 높게 할 텐데. 누나야 형아야 보고 싶다~ 한국에서 영어로 짖으니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영어는 왈왈인데 한국어는 멍멍이라고 하데. 아구~ 이제 자야겠다.
알리사(al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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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제 :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반려동물과의 인연 및 감동적 스토리
-반려동물 키우기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 등
■공모기간 : 2022년 5월 2일~6월 10일
■접수방법 : 이메일(petopia@fnnews.com) 접수
■원고형식 : 자유(글+사진+그림),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숏폼 동영상 첨부시 가산점 부여
■시상계획
-최우수상(1명, 2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우수상(2명, 1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장려상(5명, 20만원 상당 애견용품)
■결과발표 : 2022년 6월 23일 창간 22주년 기념호 신문지상 및 본사 홈페이지 공지 후 수상작 온라인 게재
■협찬 : 네슬레 퓨리나
■유의사항
-1인 1작품까지 공모가 가능합니다.
-수상작에 대한 소유권 및 상표권을 포함한 저작 재산권은 주최측에 귀속됩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후라도 추후 민원 발생 및 표절작이 밝혀지는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응모작의 저작권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은 제출자에게 있습니다.
-시상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후 지급됩니다.
-공모전 일정과 내용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