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참犬 시점' 히어로의 일기 ④
2022.05.23 04:00
수정 : 2022.05.23 07:53기사원문
■히어로는 한약 체질 "약 먹었더니 힘이 불끈"
오늘은 어버이 날 그리고 주일. 아빠는 평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 면도, 화장, 기도.. 그리고 할미를 모시고 교회를 가는가 보다. 이제 고기와 간식도 반갑지 않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빠를 기분 나쁘게 하여 조금 미안했다. 아빠가 세수 응가를 하는 동안, 아빠 연고를 갖다가 뚜껑부터 잘근 잘근 씹었더니, 아뿔싸! 그 약이 다 터지고 말았네. 아빠가 요즘 목에 땀띠가 나서 아침저녁으로 바르는 약인데 그렇게 튜브가 약할 줄을 내가 알았남?
역시 그 약을 보시더니 갑자기 나를 가만히 째려보시는 거였다. 나도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쩔 수가 없어서 아빠를 째리며 뒷다리를 달달 떨었더니... 어휴~아빠가 씩 웃으며 그냥 넘어 가시는 거다. 울 아빠는 때로는 참으로 합리적이고, 관대한 부분이 많은 분이다.
나는 역시 약은 양약보다 한약이 잘 받는가 보다. 지난주부터 아빠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데워서 드시는 한약을 꼭 한 모금씩 주셨는데, 아니 그걸 먹고 부터는 얼마나 식욕이 생기고 원기가 나는지.. 평소에 마루 소파의 탁자는 뛰어오를 엄두도 못 내었는데 그냥 쉽게 뛰어 오를 수가 있어졌다. 덕분에 TV리모컨도 실컷 갖고 놀고, 휴지랑 아빠 책이랑 맘대로 갖고 놀 수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약은 맛이 아주 특이해서 뒷맛이 아주 상큼하고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힘도 생기고 밥맛도 아주 좋아지고, 지난번에 미국에서 형아의 우황청심환을 한 알 먹었을 땐 그 효과가 한때뿐이었는데 한약은 아주 오래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아빠도 마지막이라고 하며 다 드셨으니 히어로도 이제 끝난 거다. 생각 같아서는 히어로도 한재 정도는 먹었으면 하는데.. 쳇, 팔자가 개 팔자라..
■언제나 저녁 산책은 즐거워~
오늘은 아빠가 일찍 들어오셨다. 오시자마자 여기 저기 냄새랑 맡아보시고 찾아보시더니 역시 비닐봉지에 히어로의 응가랑 휴지 쪽을 다 주워 담으시고, 또 부엌에 싼 오줌을 약을 뿌리며 다 닦으시고 그리고 마루, 부엌, 베란다를 다 치우고, 땀을 뻘뻘 흘리셨다.
그리고 잠시 있으시더니 이번에는 히어로의 오줌 걸레, 발판 등을 전부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시는 거였다. 히어로의 쉬는 정말 냄새가 오래 두면 고약 하거든. 하하. 그러고 나니 집이 영 새집이 되고 말았다. 향기도 좋아지고.. 그런데 아빠에게 너무 미안했다. 재롱을 떨어야 하는데 힘만 들게 해드렸으니, 그것도 어버이날에...
다 하시고 나더니 이번에는 저녁 외출을 나가자고 하셨다. 나는 기절 할 만큼 좋아서 미치게 날뛰게 되었다. 그런데 밖을 보니 제법 날씨가 서늘해 져서 추울 거 같은데 엄마는 히어로의 노란색 윗도리를 어디다 두고 가셨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비가 온 뒤라 정말 추울 것인데.. 그래도 나가는 것이 땡이지 뭘! 아빠랑 둘이 황혼의 도심을 걷는 것은 정말 황홀한 추억이 되는 거 같았다. 이건 새벽하고 또 다르네. 다 돌고나서 마지막 코스로 아파트 앞를 지나고 있는데...
아니! 저게 뭐야! 나보다 키가 작은 계집애 애견이 한 마리 있는 거야. 할머니가 데리고 나왔는데 옷이 영 히어로를 죽이는 의상이야. 알록달록 원피스를 입었는데 다리에 발찌를 하고 머리와 귀에는 리본까지 달았으니. 죽을판 살판 아빠를 끌고서 개 곁에 갔는데 얼굴은 옷만큼 받쳐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 보릿고개에 장가가고 싶은 히어로에게 개의 인물이 무슨 소용이야?
■외로운 히어로가 보내는 편지
내가 가까이 가니까 그녀도 단번에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역력했다. 머리를 딱 숙이더니 히어로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부리는 거야. 벌써 첫눈에 내가 미국에서 온 것과 비행기를 탈 때 비즈니스 짐칸을 타고 온 것도 아는 거 같고, 아직도 형과 누나가 미국에서 잘 나가고 있는 것을 눈치 챈 거 같았다. 그리고 또한 아마 내 쭉 빠진 다리와 쫑긋한 귀에 반한 것 같았다.
근데 아빠는 이럴 때 히어로의 체면 좀 생각을 해주셔야 하는데, 아니 바지도 입히지 않았지. 그 흔한 노란색 셔츠 한 장 안 입혔으니, 그 여자 애견이 나보고 뭐라고 했을까? 그래도 어쩌나? 나도 형아 같이 일단 저질러 놓고 봐야지. “실은 미국에서는 애견들이 옷이 필요가 없어. LA는 덥거든. 그래서 다 벗고 나온 거야.” 하고 그 여자 애견의 뒤로 가서 냄새를 킁킁 맡이 봤더니 아니 냄새가 전혀 없어? 이게 어쩐 일이야? 그래서 다시 자세히 봤더니.. 엥? 이건 나보다 더 늙은 숫놈이었다.
에궁. 히어로 팔자에 그러면 그렇지 김이 팍 세서 그냥 아빠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들어오는 것은 좋았는데, 이그~ 지긋지긋한 발 씻기! 오늘도 초죽음을 당하고 겨우 발을 씻고 나서야 지금 좀 쉬면서 미국의 누나와 형아, 그리고 사랑하는 엄마에게 메일을 보내는 거다. 아고~ 피곤하다. 그만 자야지. 그래야 내일부터 다시 한 주를 잘 지내지. 형아, 누나야, 글구 엄마~ 카드만 날리지 말고 히어로 좀 생각해줘요!
서울에서 외로운 히어로가.
알리사(alisa)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수기 공모합니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파이낸셜뉴스와 네슬레 퓨리나가 반려동물 수기를 공모합니다. 반려동물과의 특별한 인연이나 감동적인 스토리,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을 에세이 형식으로 보내주시면 심사를 통해 최우수상 1명, 우수상 2명, 장려상 5명에게 푸짐한 상품과 함께 수기 발표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공모주제 : 반려동물과의 '아름다운 동행'
-반려동물과의 인연 및 감동적 스토리
-반려동물 키우기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일상
-기타 반려동물과 관련한 각종 사연 등
■공모기간 : 2022년 5월 2일~6월 10일
■접수방법 : 이메일(petopia@fnnews.com) 접수
■원고형식 : 자유(글+사진+그림), 200자 원고지 15매 이내 ※숏폼 동영상 첨부시 가산점 부여
■시상계획
-최우수상(1명, 2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우수상(2명, 100만원 상당 애견용품)
-장려상(5명, 20만원 상당 애견용품)
■결과발표 : 2022년 6월 23일 창간 22주년 기념호 신문지상 및 본사 홈페이지 공지 후 수상작 온라인 게재
■협찬 : 네슬레 퓨리나
■유의사항
-1인 1작품까지 공모가 가능합니다.
-수상작에 대한 소유권 및 상표권을 포함한 저작 재산권은 주최측에 귀속됩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이후라도 추후 민원 발생 및 표절작이 밝혀지는 등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상 취소 및 상금 회수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응모작의 저작권으로 발생한 민형사상 책임은 제출자에게 있습니다.
-시상금은 제세공과금을 제외한 후 지급됩니다.
-공모전 일정과 내용은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