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되면 '박사방' 조주빈 같은 수사 어려워진다... 대검, 사례집 내놔
2022.04.19 12:27
수정 : 2022.04.19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선 검찰 구속기간 중 무혐의가 밝혀지더라도 무조건 10일 간 구치소에 갇혀 있어야 한다.
검찰 구속기간 중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상조차 치를 수 없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19일 '검수완박 피해자는 국민'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검수완박' 입법 이후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법률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변화를 맞게 될지 예시를 들어 설명한 자료다.
우선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에서의 변화인데, 형사소송법 209조에서 '검사 또는' 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지를 설명했다.
즉,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를 규정한 법 조항에서 피의자 구속에 관한 부분에 '검사'를 지움으로써 사법경찰관만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해석된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현재는 경찰이 구속송치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피의자에게 중병, 부모상(喪) 등 긴급한 사유가 있을 경우 검사는 구속기간 만료 전이라도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긴급한 사유가 있더라도, 검사의 구속집행정지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만약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현재 경찰이 고소장 접수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면 검찰청에 제출해 검사의 직접수사나 경찰 수사지휘가 가능했지만 개정안을 보면 검사는 경찰관의 직무상 범죄, 공수처 검사의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의 수사 자체를 할 수 없다. 고소·고발장을 접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또 경찰이 유치장에 불법으로 가둔 것이 의심돼 검찰이 석방을 요구해도 받아 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기존 형사소송법 198조의2에는 검사가 불법구금이 의심되는 사람의 석방을 경찰에 명령하거나 사건을 송치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석방한다'라는 조항을 뒀다.
극악무도한 성범죄자나 대형 사기범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칠 염려가 있고, 또는 피해자에게 보복 및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어도 검사는 구속시킬 수 없게 된다.
검사는 구속영장을 직접 청구할 수도 없고 오직 경찰만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이는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도록 한 헌법에 명백히 위배되는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건 당사자가 검찰의 추가 수사를 원해도 검찰에서는 방법이 없어진다. 현재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검찰 직접 보완수사 또는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할 수 있다. 경찰이 불송치결정 후 검찰에 송부한 사건은 재수사요청(1회만 가능)이나 검찰 송치요구 등을 통해 검찰이 개입할 여지가 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 보완수사요구만 가능해진다. 또는 경찰에 재수사·보완수사 요구만 반복하다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박사방 사건 등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일수록 해결이 힘들어질 것도 우려했다. 검찰이 6대 유형 범죄에 대한 '직접수사'를 하거나 보완수사를 할 수 없어 경찰의 수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만큼, 경찰이 사건이 어렵다거나,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 요구에 따르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실효적 통제수단이 없어 사건이 증발해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검은 "사안이 복잡하고, 깊이 있는 법리검토가 필요한 어려운 사건일수록 검사의 보완 수사 필요성이 높지만, 어려운 사건일수록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해진다"며 "2020년 '박사방' 사건에서 검찰은 추가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주범 조주빈에게 징역 42년형을 받게 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수사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