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상하이 영사관을 고발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2022.04.21 13:32
수정 : 2022.04.21 13:32기사원문
【베이징=정지우 특파원】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했다고 호소했다. 총영사관과 소통하고 보호를 받고 싶을 뿐이라는 하소연이다. 아니, 최소한 시도라도 했으면 하면 바람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상하이 영사관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중국 상하이 거주 교민은 청원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청원은 하루만에 15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관리자 검토에 들어갔다.
상하이시가 지난달 28일부터 순환·전면 봉쇄를 시작하면서 교민들도 귀국이나 외출, 이동, 식품조달, 물류 등에서 전방위적 통제를 받고 있다. 기업들은 생산 공장 가동을 멈췄고 영업·서비스업종은 매장 문을 닫았다. 교민들은 장기간 자가 격리에 식료품이나 의약품 조달에 고충을 겪고 있으며 피로감도 쌓인 상태다. 유학생의 경우 50일 가까이 기숙사에 갇혀 있는 경우도 있다. 외부에서 생활하는 유학생은 굶어죽지 않을 걱정까지 해야 한다. 외교부는 상하이 교민을 3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신도 20일째 격리 중이라는 교민은 현지 상황을 전하면서 영사관의 무책임한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민은 글에서 상하이시 정부가 도시 봉쇄와 격리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생필품 구매 등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한 국가를 대표하는 영사관은 무엇을 대비하고 준비했으며 계획했는지 따져 물었다.
상하이시 정부는 최초 봉쇄 때 지역을 푸동(3월 28일~4월1일)과 서쪽의 푸시(4월1일~5일)로 나누는 2단계 방식을 사용했다. 영사관의 경우 푸시 지역에 있어 최소 4일 동안은 대비할 여유가 있다고 교민들은 파악하고 있다.
교민은 또 자신이 격리 도중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여러 차례 영사관에 전화를 했지만 어떠한 대책이나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마저도 한국인이 아닌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과 통화를 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교민은 “영사관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우리도 격리 중이다. 가도(街道·구 아래 행정단위) 관리 기관에 직접 연락해보라’는 뻔한 답변만 했다”면서 “단체 격리시설 이동을 앞두고 두려운 마음에 전화했을 당시에도 ‘모른다’ 말 반복만 하고 결과는 같았다”고 꼬집었다.
교민은 핵산(PCR)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왔지만 격리시설인 한 학교로 강제 이동을 당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엔 음성판정자, 양성판정자, 경미 증상자, 중증자 등이 한 방에서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약도 없고 의사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교민은 “음성 판정을 받고도 왜 격리 시설로 이동해야 하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영사관에)물어도 도움을 주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았다”면서 “언론과 소통한 뒤부터 (태도가 바뀌어)매우 적극적으로 전화와 안부 문자가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민은 영사관의 경우 개인의 이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가 아니라 재외국민 보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민을 위한 최소한의 정보제공과 긴급조치 노력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민은 “봉쇄 조치를 예고한 때부터 14일전까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지원되는 국가의 돈이 그만큼의 가치를 하고 있는지 조사해 달라”면서 “그들의 안일함과 무책임, 무능력함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교민 정보공유 사이트에도 올라갔다. 교민들은 수십개의 댓글을 통해 청원자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한 교민은 “유럽 국가들은 상하이시와 협의해 감염된 자국민의 자가 격리와 긴급 의료 상황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반면 우리 영사관은 주말엔 직원 연결도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이달 1일부터 푸시지역이 봉쇄에 돌입하자, 10여일 동안 영사관을 사실상 폐쇄했다가 11일에야 중국 당국으로부터 ‘특별 통행 허가’를 받아 출근을 시작했다. 영사관은 같은 날 홈페이지에 ‘모든 직원들이 격리돼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즉시 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외교부가 상하이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지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은 영사관 문을 닫은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