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1조 빠져나갔다"… 찬바람 부는 공모주펀드

      2022.06.01 18:03   수정 : 2022.06.01 18:03기사원문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이렇다 할 대어가 증시에 입성하지 못 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냉탕이 돼가고 있다. 이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공모주 펀드에서도 자금을 빼고 있다. 특히 증시 부진에 올해만 6개 기업이 상장 시점을 연기하면서 공모 시장 침체기가 장기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기준 국내 145개 공모주 펀드에서 최근 3개월동안 설정액이 1조1257억원 줄어들었다. 전체 설정액이 5조5000억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뭉칫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다올KTB공모주10[채권혼합](운)'에서 가장 많은 835억원이 빠져나갔다. 이어 다올KTB공모주하이일드(775억원), 웰컴공모주하이일드(734억원), 다올KTB블록딜공모주하이일드(645억원), 유진챔피언공모주(644억원) 등도 자금 유출이 컸다.

145개 전체 공모주 펀드 수익률 역시 최근 3개월, 6개월 -0.56%, -2.7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해외채권혼합형 공모주 펀드 대다수는 -5%대 성적표를 제출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자산운용 업계에선 주식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상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아예 철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모주 펀드 시장 분위기도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몸집이 큰 IPO 부재로 펀드가 투자금을 끌지 못했고, 마땅히 수익률을 낼 만 한 알짜 종목이 눈에 띄지도 않았던 영향"이라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시장 유동성 회수로 희망 공모가를 하회하는 가격을 받아든 기업들이 실망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대명에너지(2월·이후 5월16일 상장), 보로노이(3월)가 증시 입성 계획을 백지화했다. 보로노이는 오는 8~9일 기관 수요예측, 14~15일 일반청약을 진행하며 재도전하지만 공모가는 대폭 낮췄다.

5월에는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3개 기업이 잇따라 상장 절차에서 이탈했다. 쏘카는 지난달 초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증권신고서는 제출하지 않은 상태고 컬리, SSG닷컴 역시 선뜻 나서지 못 하는 모양새다.

상장 종목 수에서도 지난해에 밀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새롭게 들어온 종목은 25개다. 전년 같은 기간(33개) 대비 한참 모자란 수치다.

부진한 주가 흐름도 시장을 더욱 맥 빠지게 만들고 있다.
올해 상장한 25개 중 지난 5월 30일 종가 기준 상장 첫 날 시초가를 웃도는 종목은 8개뿐(오토앤, 공구우먼, 아셈스, 바이오에프디엔씨, 세아메카닉스, 코람코더원리츠, 대명에너지)이다.

이에 SK증권은 올해 연간 공모 규모를 기존 25조원에서 20조원으로 낮춰 잡기도 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체 공모 규모는 예년에 비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공모금액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수치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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