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이 어쩌다… '검사 유배지' 법무연수원
2022.06.12 18:31
수정 : 2022.06.12 18:31기사원문
법무연수원이 검사들에게 이른바 '유배지'로 각인되면서 이 곳이 어떤 곳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증원을 추진중이다. 최근까지 전 정권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 연달아 연수원 연구원으로 배치되면서 법무부가 추가 좌천성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무연수원 본원은 현재 충북 진천에 있으며, 분원은 경기 용인에 있다. 원장과 부원장이 각각 있으며, 원장은 고검장급(차관급)이다. 법무연수원은 초임 검사가 처음 교육받는 곳이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거나 군법무관 전역 이후 이 곳에 들어가게 된다. 교육훈련 분야는 법무·검찰 공무원으로서의 자질과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집합 교육은 160개 과정 13만명, 사이버 교육은 640개 과정 19만명으로 연간 총 32만명을 교육 중이다.
특히 법무 행정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공동체에 봉사하기 위해 중소기업인, 지역주민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좌천된 검사들이 가는 유배지로 일컬어지면서 기능 퇴색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동훈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으로 복귀했는데, 취임 하루만에 이성윤·이정수·이정현·심재철 검사장 모두 법무연수원으로 단체 발령이 내려진 것이다.
아울러 이종근 검사장과 정진웅 차장검사는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에 각각 발령됐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파견하는 형식으로 좌천된 상태다. 과거 정 차장검사는 압수수색 중 휴대전화 유심칩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을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한 장관은 '보복 인사'라는 비판에 대해 "나도 여기서 근무해본 적 있다"며 발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전 장관 일가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모두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는데, 당시 한 장관은 대검찰청 반부패 강력부장(검사장급)에서 부산고검 검사로 보내졌다가 채널A 기자 취재윤리 위반 사건이 터지면서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된 바 있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우병우 사단 검사들이 법무연수원으로 이동했었다.
현재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 확대를 행정안전부와 함께 추진 중이다. 이례적으로 연구위원 자리까지 늘리면서 보복 인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교육기관의 요람이 어쩌다가 검찰 유배지가 됐는지 한탄할 일"이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부 전정권 검사들이 가는 곳으로 굳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