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튼스쿨' 민족사관고 설립한 최명재 파스퇴르유업 창업자 별세
2022.06.27 08:01
수정 : 2022.06.27 08:01기사원문
1927년 전북 김제 만경면 화포리에서 태어난 최 이사장은 만경보통학교, 전주북중을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의 전신 경성경제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상업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뒤 택시 운전사로 전직했다가 1960년대 운수기업 '성진운수'를 세웠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는 물류 운송으로 번 자금을 이용해 낙농업에 뛰어들었다. 1987년 강원도 횡성에서 파스퇴르유업을 창립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저온살균 우유를 도입해 최초로 미군에 납품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출시 1년 만에 매출이 10배 늘어나고 우유업계 4위까지 성장했다.
파스퇴르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최 이사장은 오랜 숙원이던 학교 설립에 나섰다. 1996년 파스퇴르유업 공장 옆 127만2000여㎡ 부지에 민사고를 열었다. 그는 파스퇴르 운영 수익 대부분을 민사고에 투자했는데, 액수가 1000억원에 달한다.
최 이사장은 1970년대 영국 이튼학교에서 넬슨 제독의 전승기념일 행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민사고의 모습을 구상했다. 충무공과 같은 선조의 얼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지닌 인재를 기르는 학교를 세워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때문에 민사고는 '조국과 학문을 위한 공부를 하고, 출세가 아니라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내세웠다.
한해 30여명만 선발, 기숙사를 포함한 모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개교했던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 부도와 함께 어려운 시기를 걷기도 했다. 당시 교사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학부모들이 자진해 기숙비를 납부하는 등 어렵게 학교 운영을 이어가다 입학 정원을 150여 명으로 늘려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 2녀가 있으며, 장남인 최경종 민사고 행정실장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 학교 운영을 맡고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8일 오전 6시20분이다. 영결식은 28일 오전 9시 민사고에서 학교장으로 거행된다. 장지는 민사고가 자리한 횡성군 덕고산 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