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등돌리는 민주..박용진 "세게 붙어보자" 호남 의원들도 '갸우뚱'
2022.07.01 07:48
수정 : 2022.07.01 07:57기사원문
97세대 정치인의 잇단 출마로 이번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 97세대'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97그룹의 등판 분위기는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형성됐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대표주자 이인영 의원은 이들 4인방 의원들과의 회동을 통해 97세대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이 의원과 겨뤄야하는 97세대 의원들 사이에서는 단일화 가능성이 언급된다. 이들은 4자 단일화를 통해 '이재명 대 97세대'의 구도를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강병원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역동성을 만들기 위해 단일화 가능성도 열어 두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의 당선이 우세한 가운데, 친문을 중심으로 한 '비명계'(비 이재명계)에서는 '이준석 돌풍'이 민주당에서 일어나길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0선인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원내대표 출신 나경원 전 의원을 꺾어 이변을 일으킨 바 있다.
한 친문 의원은 국민일보에 "절대 다수의 만류에도 이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의원들 사이 엄청난 반감이 형성돼 있다"며 "97세대가 단일화해 이 의원과 '1대 1' 구도가 만들어질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당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승리했던 것도 당원 투표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표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이번에 일반 국민 투표 비중을 높이자는 데 공감대가 모이고 있으니, 결과는 까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30일 "내로남불과 책임정치 부재를 극복할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혁신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개호 의원은 회견 후 만난 기자들이 '이재명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특정인을 겨냥해서 특정인의 출마를 얘기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당을 새롭게 하고 혁신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호남 의원들의 단체행동은 이례적이다. 이는 지역 위기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전남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성적표는 처참했다. 광주는 전국 최저 투표율(37.7%)을 보였고, 전남에서는 22개 기초자치단체장 중 7개를 무소속 후보가 가져갔다.
이 때문에 호남 의원들 사이에선 싸늘한 민심이 차기 총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곳 중 2곳만 승리했던 '흑역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걱정도 들린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