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 신고된 신분증으로 1억 비대면 대출..."실명확인 방지책 필요"

      2022.07.18 12:48   수정 : 2022.07.18 15: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금융사가 비대면 실명확인 과정에서 진위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있는 탓에 금융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엉터리 핀테크·비대면 실명확인' 금융사고 피해자 고발대회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금융사가 모바일뱅킹 등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시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신분증 사본을 악용한 비대면 대출사기나 예금 전액 무단인출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사고가 잇따른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포털 사이트 클라우드가 해킹돼 저장돼있던 분실신고된 신분증 및 여권 촬영본을 탈취당했다.
사기범은 해킹한 분실신고 신분증과 여권 사본을 통해 A씨 명의로 4개 금융사에서 총 2억5000만원가량을 대출했다.

A씨는 "사기범은 타인의 범용 공인인증서로 본인인증을 받은 후 어머니의 개인정보를 입력해 어머니 명의로 알뜰폰을 불법 개통했다. 이어 알뜰폰 본인인증을 통해 포털 클라우드까지 해킹한 것"이라며 "해당 피해에 대해 금감원 측은 '개인정보를 관리 못 한 피해자의 과실이 크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는 답만 내놓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B씨의 배우자 역시 지난해 5월 신분증 사본을 악용한 금융 사기로 592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가해자는 과거 빌린 돈을 중고에어컨 사업으로 변제하겠다며 B씨 배우자의 신분증 사진, 신용카드 사진 등을 도용하고 휴대폰을 절취했다.

B씨는 "사기범은 지난해 6월 남편 명의로 카카오뱅크를 가입해 열흘 간 약 6000만원 상당의 신용·비상금 대출 등을 실행했다"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인 신분증 사본만으로도 손쉽게 대출이 승인됐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시중은행 등에 대해 "금융위의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 종합대책'에 따라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인증절차나 보안시스템을 알면서도 도입하지 않았다"며 "또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사고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지만 적반하장 식으로 피해자들을 소송으로만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원스톱 금융소비자 피해구제'를 통해 대출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피해자들의 채무면책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감독기구 △경찰, 금감원, 소비자보호원,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금융기관 조정기구 설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호윤 변호사(경실련 금융개혁위원)는 "금융 당국이 새로운 제도에 대해 위험성 관리보다는 과감한 도입을 우선에 두면서 피해 사례 역시 잇따르고 있다"며 "진정한 금융소비자 보호는 피해자로 하여금 사고대응, 증거확보 등을 위해 이곳 저곳으로 안 다니게끔 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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