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녹슨칼 뽑았다" 정부 대책에 반발 거세진 개미들, 왜

      2022.08.10 05:00   수정 : 2022.08.10 06: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0m 달리기에서 어린이와 어른의 경기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공매도 대책을 내놨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금융당국은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도 확대하며 제도의 보완적 조치를 시사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제도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헛다리 짚은 대책... 모니터링보단 시스템 구축해야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1일 정부종합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불법 공매도 규탄 및 공매도 개혁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지난 7월 28일 금융위원회가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관계 기관과 합동회의를 열고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을 내놓은 후 행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한국투자증권 본사, 금융감독원 앞까지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이달 내 불시에 집회를 추가로 가질 것으로 예고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 당시 금융위는 2019년 상반기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으로 봤지만 증권 전산 전문가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금융당국의 단속보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법 공매도를 막는 방법이다. 실시간으로 모니터 화면에서 2~3초 내 불법 공매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오전에 무차입하고 오후에 메꾸는 일을 반복하는 등 우리 시장의 무차입 공매도 규모는 우리가 알고 있는 수준이 빙산의 일각 일정도로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공매도와 연계한 불공정 거래에 대해 기획 조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혐의가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나서기 위해서다. 또 공매도 기획 감리를 정례화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수사도 강화한다.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불법공매도 조사 전담조직도 확대할 계획이다.

제도도 개선한다. 금융당국은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도 확대했다. 공매도 비중이 30%를 넘는 종목은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된다. 주가 하락률이 3%만 넘더라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해 하루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이다. 단기간 주가 하락 폭이 큰 종목의 주가 하락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개인도 공정한 룰? 극소수 혜택은 나머지 개인 피해

금융위는 개인이 공매도할 때 적용되는 담보 비율(자산 평가액을 대출금으로 나눈 값)을 올해 4·4분기부터 현행 140%에서 120%로 완화한다. 투자 주체 간 공매도 기회의 형평성을 조정하는 목적이다. 기관과 외국인의 담보 비율은 105%~120% 정도였다.

하지만 정 대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으로 봤다. 2%에 불과한 개인에 혜택을 준다고 해서 공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는 "극소수에 혜택을 줘봤자 나머지 개인들이 피해를 본다. 금융당국이 겉으론 개인들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 내막은 개인투자자들을 죽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공매도 상환기간도 금융당국과 개인투자자 간 간극이 깊은 부분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90일 안에 갚아야 한다. 반면 기관·외국인 투자자는 상환 기한이 없다. 금융당국은 90일 이상의 대차 거래에 대해 상세 보고 의무를 신설했지만 상환 기한을 조정하진 않았다.

그는 "금융당국은 국제증권 대차 표준계약서를 내세워 상환 기간의 개인, 기관, 외국인 통일이 어렵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계약을 1년 하면 자동 연장을 통해 이론적으론 10년까지도 가능하다. 장기간의 공매도는 주가 상승을 막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조직 마련 촉구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금융당국이 만들 것을 촉구했다. 각종 제도 수정 및 신설에 의견 반영을 위해서다.

정 대표는 "주식투자도 생산활동과 연관돼 있다.
기업의 생산을 돕는 활동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돈을 번다는 것은 주가가 오르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용이해지고 세수 증대까지 이어진다.
국가, 국민 경제가 모두 혜택을 보는 셈"이라며 "정부는 중소기업은 보호하면서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왜 보호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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