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반지하(banjiha)
2022.08.11 18:26
수정 : 2022.08.11 18:26기사원문
우리나라 반지하의 원래 용도는 방공호였다. 1970년대 남북체제 경쟁의 와중에 북한군의 남침 대비용으로 생겼다. 남북분단의 상처가 반지하에 깃든 셈이다. 방공 목적에 따라 구축된 군사시설물이 지금도 도처에 남아 있다. 을지로입구~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이 지하보도나 회현동, 영등포 지하보도가 전시 대피 용도였다. 잠수교와 홍은동 유진상가, 여의도광장의 방공호도 이때 만든 군사시설이다.
1970년 건축법을 개정,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신축할 때 비상시 방공호 또는 참호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하실 건축을 의무화했다. 산업화 시대 도시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택난이 극심해지자 거주용으로 둔갑한 것이다. 반지하 방식으로 주거용 건물을 짓는 것은 불법이었으나 1984년 지하층 규정이 완화된 것도 반지하 주택 급증에 한몫했다. 건축법상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되기 때문에 용적률과 건폐율에서 빠지는 점을 악용해 주택업자들이 경쟁적으로 지었다.
2020년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320가구이다. 서울에만 20만849가구가 몰려 있다. 인천·경기를 더한 수도권이 전국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략 62만여명이 반지하에 산다. 반지하의 월세가 지상의 3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겐 최후의 기댈 언덕 역할을 했다. 서울 반지하 거주자 30%가 소득 100만원 미만이 대부분인 기초수급자들이다. 서울의 반지하는 분단과 압축성장이 만들어낸 잔인한 자화상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