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안보·경제 이익 노려 '우크라이나 동부' 조준
2022.08.16 05:00
수정 : 2022.09.10 06:10기사원문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3일 로디온 미로슈니크 러시아 주재 LPR 대사는 10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와 회담하고 북한의 건설 노동자들을 LPR 재건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 텔레그램 통한 러시아 주재 북한 신 대사와 로디온 LPR 대사 간 '북한 노동자 파견 방안 논의' 보도
미로슈니크 대사는 이날 신 대사에게 북한이 LPR을 인정해준 것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했으며 북한 노동자들이 자국 내 파괴된 기간시설과 산업시설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대사는 북 노동자 파견 외에도 무역과 경제, 관광개발 등 상호이익이 되는 분야에 대해 논의하고, 앞으로 유망한 협력 분야에 대한 연구를 서로 적극 지원하기로 했으며, 그 결과를 양국의 양해각서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번 만남은 신 대사가 지난달 29일 올가 마케예바 러시아 주재 DPR 대사를 만나 북 노동자 파견 등을 논의한 지 약 2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다수 유엔 회원국들이 DPR과 LPR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또 이들이 유엔 회원국도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노동자들을 돈바스 지역에 파견하는 것은 제재 결의에 위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노동자 투입이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땅인 돈바스의 재건사업은 우크라이나에 결정권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매체들 '북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북한군 10만명 파병 등 포괄적 지원책 제안' 보도, 러 외무부는 공식 부인...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11일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0만 병력 파견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이날 이반 네차예프 러시아 외무부 정보언론국 부국장은 해당 사안에 관해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전문가 집단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관련 소식은 모두 가짜 뉴스라고 책임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러시아 매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 10만명을 파병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포괄적인 지원책을 제안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북한군 장병들이 '자원 의용군' 형태로 돈바스 일대의 '특별군사작전'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해당 매체들은 설명했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장악 지역인 DPR과 LPR에 파견해, 전투 중인 러시아군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동부 노동자 파견설이 와전된 것이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사실로 드러난다면 세계 국제 군사·정치적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파문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에서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한 나라는 러시아 외에 시리아와 북한뿐이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은 빠르게 변화하는 신냉전 국제질서에서 자신들의 위상 제고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이득을 염두에 둔 행동의 가능성이 예측됐다"며 "북한이 국제정치에 뛰어드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짚었다.
■북한 노동자 파견은 사실상 러 도우미, 중·러 경제적 난국 돌파할 이득도 얻으려는 포석의 '국제정치 끼어들기'...
그동안 북한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사실상 무력으로 빼앗은 DPR과 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최초의 국가로서 목소리를 냈다. 또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대신 전쟁의 책임을 미국에 묻는 행보로 국제정치에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북한의 노동자 파견은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재건지원은 이 지역을 러시아의 세력권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북한이 노동자 파견을 통해 북·러 밀월과 연대를 강화하고 자신들의 공식적 핵보유국 인정에 필요한 국제정치적 후견국으로써 안보적 이익을 얻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국제정치 관여는 중·러를 통해 주로 이루어지고, 중·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지위를 통해 안보차원의 이득 얻고자 한다는 얘기다.
또 반 센터장은 "북한의 노동자 파견은 경제차원의 이득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며 "전방위적 대북제재와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직면한 북한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재건과제가 자신들의 막힌 경제문제에 숨통을 여는 기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무상으로 노동자 파견과 자재를 투입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결국 대가를 받게 될 것이고 이는 북한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방법으로 활용될 것임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북한이 '안보와 경제위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우크라이나 동부로 진출하는 상황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며 "북핵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우리의 입장에선 북핵개발과 관련해 무관치 않은 현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 문제의 배경·과정· 예상결과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