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보호법 사각지대'..전·월세 폭등에 폐원 내몰리는 가정 어린이집
2022.08.22 17:06
수정 : 2022.08.22 17:06기사원문
김씨는 "임대료를 올려 재계약하겠다고 하자 집주인이 월세를 2배로 올리겠다고 했다"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생각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정 어린이집이 잇따라 폐원 위기를 겪고 있다. 임대차 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학부모들의 보육 공백 우려도 커진 가운데 현행법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어린이집 3만3246곳 중 가정 어린이집은 1만3891곳(41.7%)이었다. 가정 어린이집은 개인이 가정이나 그에 준하는 곳에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일컫는다. 2018년 가정 어린이집은 전국 어린이집 3만9171곳 중 약 절반인 47.6%(1만8651곳)를 차지했지만 2019년 1만7117곳, 2020년 1만5529곳 등 해마다 감소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가정 어린이집에서는 집주인이 재계약을 거부하거나 임대료를 높여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 폐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020년 7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라 전·월세 계약 연장을 한차례 요구할 수 있고,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가정 어린이집은 실 거주 목적이 아니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또 가정 어린이집은 대부분 공동주택에 위치하고 있어 사업자 등록 대상에서 제외돼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임대차 보호법 사각지대에 놓인 탓에 가정 어린이집은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은숙 경기가정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은 "집주인 측에서 갑작스레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면 보호받을 방법이 없어서 하루아침에 폐업하는 가정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 어린이집 폐원은 학부모들의 보육 공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최모씨(33)는 자녀가 다니던 가정 어린이집으로부터 폐원 소식을 접했다. 어린이집이 속한 아파트 단지 전세가가 4년새 5억원가량 뛰면서 집주인 측이 "14억원에 매매하지 않을 경우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아파트값이 많이 올라 주변 가정 어린이집 3곳이 모두 폐원해 1곳만 남았다"며 "앞으로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법령 개정을 통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박경훈 변호사(법무법인 누리)는 "임대료 폭증으로 폐업을 고민하는 가정 어린이집 사례를 한 달 평균 2~3건 접수받고 있다"며 "임차한 어린이집 건물에 대해서도 주택이나 상가와 같이 특별히 보호해 주는 내용으로 법을 개정하거나, 기존 법령에 대한 유연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임대료 폭등으로 인한 위기는 국·공립을 제외한 민간, 가정 어린이집 등에 만연한 문제 중 하나"라며 "형평성 등을 고려해 보육 질을 개선해가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