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기능 확립과 금감원의 본분

      2022.08.22 18:18   수정 : 2022.08.22 18:18기사원문
금감원이 행정법원 2심에서 패소한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국내 금융산업 전반의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정립에 필요하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한편 하나은행 DLF 사건은 금감원이 1심에서 승소한 후 2심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사이 우리은행에서 약 700억원, 신한은행에서 2억원 규모의 직원 횡령이 드러났고 최근엔 국내은행 전체로 8조5000억원의 이상한 외환송금 거래가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들 간에도 차이는 있는데, 최근 사건들이 은행의 감시소홀로 인한 기업가치 하락 문제라면 DLF 사태는 은행이 고객에게 수수료를 받고 피해를 떠넘긴 문제다.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식적으로 수긍 가능한 내용과 범위가 아니면 금융기관 CEO(최고책임자)에게 내부통제에 대해 직접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사모펀드 관련 최고책임자 제재라는 민감한 이슈에 대한 입장 표명인데, 우리은행 3심과 하나은행 2심을 앞두고 타이밍이 부적절했고 발언 내용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수년 전 DLF 판매사들은 독일이나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손해볼 일 없다거나, 79세 치매노인과 60대 주부를 공격투자형으로 분류하면서 대규모 판매를 감행했다. 여기서 CEO 책임이 상식적으로 수긍되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당시 금융지주사 간 비이자이익 경쟁이 불붙는 중에 핵심성과지표(KPI)를 동원해 펀드 판매를 전사적으로 독려했다. 그런데 이런 독려가 대규모 손실사태로 이어진 것은 둘 중 하나를 의미한다. CEO가 사전적으로 펀드의 질적 수준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또는 소비자 피해를 감안하지 않은 경우다. 어느 경우라도 CEO 책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CEO 아래 직급 누구라도 이런 전사적 결정을 하기가 어려운 게 국내 금융권의 현실이고 상식이다.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 일부에서 사후제재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것은 오히려 사후제재의 효과성을 반증한다. 사후제재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해당사항이 없다. 그러니 이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의 가능성(예로, 부실상품 재판매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부실예방 노력을 통해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대신 사후제재 자체를 부정하는 편리한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런 궤변에 흔들리지 말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보호에 임해야 한다.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사후제재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그에 따른 비난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금감원 고유의 역할이고 본분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금감원 책임을 제기하지만, 이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과실은 제쳐놓고 교통경찰에게 책임을 묻는 것과 같다.

금융발전에 필요한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해 금융사 내부통제기능 확립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부당한 유혹과 비난에 흔들림 없이 소비자 신뢰 제고 및 금융발전에 전력해야 할 것이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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