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인데 "죄송하다" 부탁, 오지 않는 저상버스...민망하고 불편한 휠체어 출근길
2022.08.25 15:10
수정 : 2022.08.25 16:17기사원문
버스 탈 때마다 "죄송한데 자리 좀" 출근길 스트레스
"죄송한데, 자리 좀 비켜 주시겠어요? 그 좌석을 접어야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거든요"
25일 겨우 버스에 오른 장애경씨가 누군가에게 말했다. 저상버스는 휠체어가 오를 수 있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탑승 후엔 특정 좌석을 접고 휠체어를 고정해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기자는 25일 하지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경씨의 출근길을 동행취재했다. 엄연한 장애인 이동권은 보장돼 있지만 실제 출근길 환경은 열악했다. 장씨에게 출퇴근이란 "죄송함"과 부탁, 기다림과 포기의 연속이었다.
■"뭐 하러 여기까지 나왔냐" 곱지 않은 시선
장씨는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서울 종로구 직장까지 주 4회 '저상버스'를 타고 출근한다. 저상버스는 출입구에 계단이 없어 휠체어가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저상버스는 일반 버스처럼 많지 않다. 운 좋게 저상버스를 찾아도 어려움은 남아있다. 버스 승차부터 휠체어 주차까지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한다. 버스 환승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동행자가 없다면 탈 때와 내릴 때 모두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자들의 승하차를 고려한 버스인 저상버스 보급률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버스의 약 59.7%다.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있는 버스는 10대 중 6대라는 말이다. 이웃 도시 도쿄의 저상버스 보급률이 지난해 기준 93.4%에 달해 대조적이다.
이날 버스에 올라서는 장씨를 보는 주변 시설이 곱지 만은 않았다. 장씨가 버스에 올라타자 승객의 시선은 모두 장씨를 향해 있었고 버스기사는 운전석에서 다소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어디까지 갈 것이냐"라고 묻는다.
장씨는 "어떤 승객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뭣하러 여기까지 나와'라는 식의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며 "그 사람 입장에선 걱정일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상처다. 차라리 무관심하게 휴대폰 화면을 보는 사람들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장씨가 내리는 도중에 저상버스와 도보를 연결하는 발판이 갑자기 접혔다. 성격이 급한 운전기사가 발판 버튼을 미리 눌렀다. 동행한 기자와 주변 사람들이 기사에게 항의해 사고를 면했다.
■오지 않는 저상버스, 결국 환승 포기
환승은 장씨에게 또 다른 장애물이다. 운이 좋게 첫 버스로서 저상버스를 탔지만 내린 후 갈아탈 저상버스는 오지 않았다. 장씨는 혜화동 로터리 인근에서 버스에 내려 회사까지 약 20분가량 휠체어로 이동했다. 버스 노선 기준 3정거장 거리다.
장씨는 "집에서 회사 앞 정류장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면 삼선교 앞에서 273번 노선으로 환승을 해야 하지만 환승 시 저상버스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애당초 버스 환승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씨는 "오늘은 그나마 덜 바빠서 다행이지만 일정이 빡빡한 바쁜 날에는 나도 버스를 타고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다"며 "서울시내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운영돼 버스 환승이 편리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도를 휠체어로 다니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였다. 중간중간 보도 불록이 뛰어나오거나 파인 곳이 있기 때문에 휠체어가 전복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씨는 "휠체어에도 안전한 길을 찾아다니다 보니 버스정류장에서 일터까지 멀리 돌아다니기 일쑤"라며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가면 차들이 많기 때문에 차와 부딪힐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